(발음으로 따지면 '존 칼빈' 보다 '장 칼뱅'이 맞겠지만, 여기선 그냥 썼음을 밝혀둔다.)
살인자 존 칼빈
흔히 장로교회의 창시자라고 일컫는 존 칼빈(John Calvin)이 극악무도한 살인자라는 사실을 오늘날의 한국의 장로교 신자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가 제네바 시의 종교개혁이랍시며 특히 그 가운데서 4년 동안 종교법원을 주관하면서 얼마나 많은 생명들을 죽였는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들을 죽인 처형의 이유를 알고 보면 더욱 참담할 지경인데, 그 이유인즉슨 예정설, 성서의 권위 문제, 삼위일체설, 유아세례, 성만찬 등의 해석을 그 자신과 달리 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성경해석에 있어서 단 한 구절만이라도 그 해석이 칼빈 자신과 일치하지 않으면 이단으로 몰렸고 숙청의 대상이 되었다.
그 숙청의 대상은 추방, 투옥, 사형 등으로 구분되었는데, 예컨대 춤췄다고 투옥하고, 설교를 들을 때 웃었다고 투옥했으며, 부모를 구타한 소녀는 목 잘라 처형하고, 귀신 쫓는 마법사(우리식으로 하면 무당 정도)도 아예 사형시켜버렸다. 심지어 한때 자신을 구출해 준 동지마저 사형시켜 죽였는데, 그 배경에는 자신의 『기독교강요』를 비판한 점이 원인으로서 작동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있다.
이런 그를 두고도 기존 기독교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칼빈의 후예를 자처하는 그룹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점이다. 이들을 일컬어 칼빈주의자라고 말한다. 흔히 “본교는 칼빈주의 정통신학에 입각하여…” 혹은 “본교회는 칼빈주의 정통신학에 입각하여…” 등등 기독교 신앙의 정체성을 칼빈에 두기도 한다. 내가 보기엔 허접스런 『기독교강요』서적을 무슨 위대한 신학사상서인양 떠벌리는 건 오늘날의 낡은 기독교가 자행하는 여전한 구라 중의 하나다. 그것은 매우 가소로운 아규일 뿐이다. 제 아무리 위대한 사상도 생명을 죽인 살인마저 정당화될 순 없다.
“무조건 믿어라”와 자율성 간의 충돌
사실 칼빈도 하나의 역사적 사례일 뿐이다. 즉, 기존 기독교의 역사를 보면 그것은 무수히 숱한 오류와 비극들을 저질러왔다는 사실이다. 그 배경에는 “무조건 이렇게 믿어야 한다”는 그 강요적인 전제들이 놓여 있다. 만일 안믿으면? 안믿으면 지옥에 가는 이단으로 몰리거나 그러한 식으로 처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기존 기독교에는 “무조건 이렇게 믿어야 한다”는 압박과 이에 반하는 자율성의 충돌은 어쩌면 필연적이었을만큼 인류 역사 속에서 숱한 비극들을 파생시켰다.
만일 진리가 있다면 그것은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그 어떤 전제를 필요로 할 것인가? 아니면 진리는 이미 만인을 설득하고도 남음이 있기에 그 같은 전제들이 필요치 않다고 보는가? 하나님은 존재의 자율적 결정들을 이미 강요하고 있는 분인가? 아니면 존중해주고 있는 분인가?
분명히 말하지만, 참다운 기독교라면 자율성에서 출발되어야 마땅하잖은가! 하나님은 그 자율성을 통해서 상향적이고 고양된 사태로 신성화되기를 원하신다. 하나님은 창조 세계의 온전한 구원을 원하시지만 그것은 결코 강요적으로 접근되지 않으며 오히려 설득적으로 접근될 뿐이다. 그럼으로써 ‘자율성과 신성의 합일’(theo-autonomy)로 나아가길 바라신다고 본다. 정치도 <신정정치>theocracy가 아니라 <신-인 민주정치>theo-democracy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기독교의 역사를 살펴보면, 무조건 이렇게 믿어야 한다는 식의 강요된 전제들을 통해 서로 사분오열 갈라지고, 서로 정통과 이단을 구분해버리는 못된 습성들이 이미 뿌리 깊게 깔려 왔었음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솔직히 그것은 이미 우리네 일상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목격되고 있잖은가.
* 칼빈의 잔혹함은 위에 언급한 것들 외에도 아주 많다. 칼빈의 죄악을 지적한 책으로는 조찬선, 『기독교죄악사 (하편)』(서울: 평단문화사, 2000), Kenneth S. Latourette, A History of Christianity (Harper San Francisco; Revised edition, 1975), 국역판 윤두혁 옮김, 『기독교사(基督敎史)』(서울: 생명의 말씀사, 1980) ; Williston Walker, History of the Christian Church (Simon Schuster Trade, 1999) ; 그 외 Gordon Rattray Taylor, Sex in History (New York: Vanguard Press, Reissue edition, 1954)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