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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근본주의자들을 위한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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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곳에 가면 모든 것이 노랗게 물들어 있는 <노란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 마을은 온통 노랗게 되어 있어서, 어느 순간부터 그 마을에 있는 사람들은 ‘세상은 모두 온통 노랗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세상은 모두 노랗다’는 그 생각은 노란 마을 전체의 불변하는 진리로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진리를 가르치며 양육하는 직업을 가진 지도자 혹은 교사들도 생겨났습니다. 이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세상은 온통 노란 세상이라고 철썩 같이 믿도록 가르쳤습니다. 이젠 노란 마을로서는 세상 전체가 노랗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기에, 언제부터인가 가능하면 마을 바깥으로 멀리 나가지 않도록 주의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지도 교사들 가운데 옐로우씨가 있었는데, 그(녀) 역시도 어려서부터 ‘세상은 모두 노랗다’는 신념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배우며 자라왔기에 아무런 의심이 없었으며, 지금은 그 신념을 자라는 아이들에게도 가르쳐주기 위해서 지도 교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옐로우씨는 그만 마을을 벗어나 멀리 나가게 되었는데, 우연히 파란 마을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옐로우씨는 파란 마을을 직접 보고도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옐로우씨에게 세상은 모두 노랗게 되어 있어야만 타당한 것이 되니까요. 자신이 알고 있던 진리가 무너지게 되어서 옐로우씨는 큰 혼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점차로 몸을 추스르면서 모든 것을 솔직하고 정직하게 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자 결국은 자신이 지금까지 인생을 걸어왔던 그 신념이 결코 절대적인 불변의 진리가 아니었음을 뒤늦게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이 <거대한 진실>을 옐로우씨는 자신의 노란 마을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노란 마을은 그때까지 ‘세상은 모두 노랗다’라는 신념으로서 살아왔었고 그러한 신념에 기반한 채로 계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해왔었습니다. 따라서 옐로우씨가 목격한 얘기를 노란 마을에 전달할 경우, 필히 노란 마을에는 일대 혼란이 오거나 아니면 옐로우씨를 정신병자 취급하며 내쫓을 것은 뻔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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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옐로우씨가 잠시 마을을 비웠던 사이에, 노란 마을에는 어느 여행자가 찾아 왔습니다. 그 여행자는 말하길, 세상은 노랗지만은 않으며 파란 마을도 있고 빨간 마을도 있고 다양한 색깔들이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말을 듣던 노란 마을 사람들은 너무나도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 노란 마을의 지도자와 교사들은 그 여행자에 대해 길길이 날뛰었습니다.
그래서 자칫 마을 전체 혼란도 생길까봐 의논 끝에 그 여행자를 그만 노란 마을에서 추방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을 외곽에는 완전 삼엄한 울타리를 치고서 결코 그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전체 마을 사람들에게 신신당부를 하였습니다.
옐로우씨는 자신의 노란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마침 노란 마을에서 추방된 그 여행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둘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옐로우씨는 노란 마을 사람들에게 가서 거대한 진실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여행자는 말하길, 사람들은 한 번 생각이 고정되어 버리면 바뀌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냥 그대로 놔두는 것이 그 사람들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선 좋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옐로우씨는 거듭 말하길, 그냥 그대로 놔두면 노란 마을은 계속 앞으로도 고립될 수밖에 없고 결국은 폐쇄적인 멸망의 길로 가게 될 것이기에 결코 방치해선 안된다고 하였습니다.
도대체 누구의 주장을 따라야 할까요?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그래도 진실을 알려주는 게 좋은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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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지금 약간 앨리스가 된 기분이겠지. 토끼굴에 굴러 떨어진 앨리스처럼 말이야. 너희들이 빨간 알약을 먹고 ‘이상한 나라(Wonderland)’에 머문다면 내가 이 토끼굴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줄게.”
‘그냥 살아갈 것이냐, 아니면 토끼굴 깊숙이 무엇이 있는지 대면할 것이냐?’ -루이스 캐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