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나무숲 자유글
2년 전 식당에서 본 사이비 아줌마
요즘 특정 종교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을 보다가 옛날에 겪은 일이 떠올라서 하나 써볼게.
2년 전에 회사 다닐 때 점심 시간에 근처 콩나물해장국 집에 갔을 때 이야기인데 식당 내부는 꽤 넓었고 전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좌식 테이블이었어.
우리 일행이 먼저 앉아서 국밥을 시키는 사이에 옆 테이블에 중년 여성 4명이 앉더라.
그 중 한 명이 뭔가 좀 행색이 남루했는데 만약 사람의 정신에 채널이란게 있다면 정상인보다 좀 더 돌아가 있는 듯한
흐트러진 머리 + 얼굴 표정도 뭔가 멍한 인상이었던 그 여자가 했던 말이야.
"우리 딸 월급이 백 만원인데 교회에 70만원을 내.
딸 직급이 OO 라서~ 적금은 하나도 못 들지만 그래도 교회에서 인정해 주니까 아주 좋은 일이지 안 그래?
걔 밑으로 관리하는 애들이 많아서 돈이 다 거기로 들어가. 블라블라블라~"
딸의 직급 부분에서 힘을 줘서 말하는게 분명히 자기 딴엔 자랑을 하려고 꺼낸 말 같았어.
헌금이 70만원이라는 건지 교회에서 관리하는 사람들한테 돈을 70만원을 쓴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속으로 정말 뜨악했어.
나머지 세 명의 아줌마들이 그 여자랑 같은 종교였는지는 잘 모르겠는 상황이었는데
그 중 두 명은 그 여자 말에 전혀 대꾸도 안 해줬던 걸로 봐서 그 여자를 그다지 좋아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어.
아니면 같은 종교였어도 사람 많은데서 그런 얘기를 하는 여자가 맘에 안 들었거나?
그 여자는 점심 시간이라 손님이 꽉찬 식당에서 아무도 물어보지 않은 얘기를 이어 나갔어.
아들 얘기도 잠깐 했는데 아들이 무슨 직장에서 얼마를 벌고 교회에서는 어떻고.... 뭐라 뭐라 말 했는데
다른 소리에 묻혀서 잘 못들었고 이야기는 곧 남편 얘기로 넘어갔어.
"근데 남편은 이런 나를 이해를 못하고 나랑 사는게 꼭 지옥행 특급열차를 탄 거 같다고 하는 거 있지. 내가 기가 막혀서~ 블라블라블라"
뭔가 가슴에 맺힌게 많은지 도무지 쉬지도 않고 계속 집 안 얘기를 하는 통에
그나마 그 여자의 일행 중에 유일하게 한 사람만 조금씩 말대꾸를 해주다가 남편 욕으로 점점 커지는 여자 목소리에 결국 다들 입을 다물어 버리니까
분위기가 별로란 걸 눈치챘는지 여자는 갑자기 식당 음식 얘기로 주제를 바꿨어.
같은 식당에서 밥 먹는 죄로 그 여자의 일방적인 얘기를 다 함께 들어야 했던 다른 손님들과 우리 테이블에도 마침내 평화가 찾아왔지.
그 때 했던 생각은 '자식들까지 저렇게 만드는사람이 진짜로 있구나.'라는 거랑 '살면서 전혀 엮이고 싶지 않다'라는 거였어.
종교에 심취한 자기 부인한테 "지옥"행 특급열차라는 표현을 썼다는 남편 얘기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아직까지 꽤 선명하게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