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나무숲 자유글 ()
20년 동안 쏟아부은 열심 끝에 남은 건 번아웃뿐이네요
모태신앙으로 자라서 청년부 회장까지 지냈던 사람입니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교회에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지만 작년부터 모든 활동을 접고 소위 말하는 가나안 성도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지옥이라도 갈까 봐 무서웠는데, 막상 발을 빼보니 그동안 제가 얼마나 가스라이팅을 당해왔는지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가장 힘들었던 건 끝이 없는 봉사와 헌신에 대한 압박이었어요. 평일에 직장에서 치이고 주말에 좀 쉬고 싶은데, 토요일부터 주일 저녁까지 교회 일에 매여 살았습니다. 제 삶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목사님이나 리더들은 그저 기도하면 된다, 하나님이 채워주신다는 말만 반복하더군요. 그게 믿음이라는 명목하에 개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폭력이라는 걸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교회 안의 이중적인 모습도 더는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성경 중심적인 삶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돈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교인들이 장로가 되고 대접받는 구조, 그리고 교회 예산이 투명하게 쓰이지 않는 걸 보면서 깊은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말로는 세상을 섬긴다고 하지만 사실은 교회라는 그들만의 성을 쌓고 세를 불리는 데만 급급해 보였거든요.
이제는 일요일에 억지로 일어나 옷을 차려입지 않아도 됩니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억지 미소를 지을 필요도 없죠. 그 시간에 잠을 더 자거나 책을 읽고, 정말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면서 비로소 정신적인 건강을 되찾고 있습니다. 십일조로 나가던 돈을 저축하며 경제적인 안정을 찾는 것도 큰 위안이 되고요.
종교라는 틀이 없어도 충분히 도덕적이고 선하게 살 수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교회 밖에서 더 진실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며 세상과 화해하는 중입니다. 혹시나 주변 시선 때문에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말씀드리고 싶어요. 교회 문 밖으로 나오는 순간, 진짜 당신의 인생이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