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나무숲 자유글 ()
25년 다닌 교회 그만두니까 이제야 일요일이 보여요
30대 중반 직장인이야. 모태신앙으로 태어나서 25년 넘게 교회 안 가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살았어. 중고등부 회장에 성가대, 교사까지 안 해본 봉사가 없었지. 근데 결혼하고 독립하면서 자연스럽게 발길을 끊었는데, 진짜 세상이 이렇게 평온할 수가 없다.
사실 교회 다닐 때는 항상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어. 나는 당장 내 앞가림하기도 벅차고 힘든데, 교회만 가면 원수를 사랑해라, 네 이웃을 몸과 같이 아껴라 이런 말들만 들으니까. 정작 나 자신은 돌보지 못하면서 남을 위해 기도하고 봉사하는 게 어느 순간부터는 가식처럼 느껴지더라고. 내가 나를 속이는 기분?
무엇보다 사람 관계가 제일 지쳤던 것 같아. 겉으로는 은혜롭다, 축복한다 말하면서 뒤돌아서면 누구 집안 형편이 어떻네, 누가 명품백을 들었네 하며 수군거리는 사람들 보면서 환멸이 나더라. 세상 사람들보다 더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모습들을 보니까 '저게 진짜 신앙인가' 싶기도 하고.
지금은 일요일 아침에 늦잠 자고, 남편이랑 같이 브런치 먹으러 가거나 밀린 집안일도 하고 산책도 해. 예전 같으면 주일 성수 안 한다고 죄책감에 시달렸을 텐데, 막상 안 나가보니까 하나님이 나를 벌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 마음이 더 건강해지는 게 느껴져.
물론 나도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건 아냐. 혼자 있을 때 조용히 성경 구절 읽거나 답답할 때 기도도 해. 근데 굳이 그 숨 막히는 공동체 안에서 감정 소모하며 위선 떨고 싶지는 않더라고. 십일조나 헌금 압박에서 벗어나니까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기고, 그 돈으로 차라리 내 가족들 맛있는 거 사주는 게 훨씬 가치 있게 느껴져.
교회 안 가는 사람들 보고 믿음 없다, 지옥 간다 손가락질하는 그 시선들이 얼마나 오만한 건지 이제야 알 것 같아. 종교라는 틀에 갇혀서 착한 척하느라 나를 잃어버리는 것보다, 지금처럼 내 마음 편하게 사는 게 진짜 구원 아닐까 싶네. 요즘은 정말 종교 디톡스 제대로 하는 기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