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명토론방 자유글
사람 대하는 태도가 회사 같은 교회에 지쳤습니다
교회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서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글을 쓴다.
요즘 교회 생활을 하면서 자주 느끼는 감정은 '피로감'이다. 내가 기대했던 교회의 모습, 그러니까 따뜻한 사랑과 위로가 가득한 공동체의 모습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겠지. 차라리 회사 생활이 더 솔직하고 명확한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교회가 회사처럼 느껴진다는 건, 결국 사람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인 것 같다.
우선, 너무 성과 중심이다. 사역이든 봉사든 모든 일에 '효율'과 '결과'를 요구받는다. 이번 행사에 몇 명이나 참석했는지, 예산은 얼마나 절감했는지, 봉사자가 몇 시간이나 투입되었는지... 이런 숫자 놀음에 영혼이 지쳐간다. 내가 드리는 헌신과 섬김이 하나님을 향한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기보다는, 교회의 목표 달성을 위한 '업무'처럼 취급받는 기분이다.
만약 내가 능력이 출중하거나 소위 '핵심 인재'라면 이야기가 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봉사에 소극적이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여가 어려워지면 바로 분위기가 싸늘해진다. 마치 회사에서 쓸모없는 **'인적 자원'**으로 분류되는 것처럼 말이다.
성도들은 '하나님의 자녀'이자 '가족'이라고 늘 가르치면서, 실제 리더십의 태도는 **'상사'와 '부하 직원'**의 관계와 다를 바 없다. 지시는 하달되고, 이의 제기는 묵살되며, 모든 것은 '교회 질서'라는 이름 아래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받는다.
어쩌다 교회가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우리가 기대하는 교회는, 세상의 치열한 경쟁과 성과주의에 지친 영혼들이 찾아와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회복되는 곳이다. 잘났든 못났든, 가졌든 못 가졌든, 열심히 봉사하든 쉬고 있든, 그 존재 자체만으로 귀하게 여겨지는 곳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내가 경험하는 교회는, 영혼의 안식을 주기보다는 더 많은 헌신과 효율을 요구하는 '또 하나의 직장' 같다. 내가 교회에서 느끼는 소속감은 '가족'의 사랑이 아니라 '직원'의 의무에서 오는 것만 같다. 이 의무감 때문에 교회를 떠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진정한 기쁨을 누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갇혀버렸다.
교회가 교회다워지려면, 이제라도 세상의 성공 기준인 '경영'을 내려놓고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섬김'과 '사랑', 그리고 한 영혼을 귀하게 여기는 '목회(Shepherding)'의 본질로 돌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랑을 찾아왔던 수많은 성도들이 상처만 안고 조용히 문을 닫고 떠나갈 것이다.
나도 이 지친 마음을 어디에 내려놓아야 할지 모르겠다. 부디 내가 발 딛고 있는 교회가 '회사'가 아닌 '하나님의 집'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