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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해설 성경
내가 10대 후반일 때, 교회 목사의 소개로 톰슨 성경을 접했다.
성서 본문 아래에 짧은 해설이 달린 책이었다.
당시 비슷한 형식의 책이 더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요즘은 해설이 없는 책을 구하기가 더 어려울 지경이지만 그때는 놀라웠다.
그 목사는 30대 중반이었는데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이 책만 있으면 설교 걱정이 없어.”
짧고 별것 아닌 해설이지만, 시골교회에서 설교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던 것이다.
(설교 자료에 대한 문제는 나중에 이야기하자.)
수많은 해설 성서 중에서 독일성서공회판 해설 성서만 제대로 된 책이다.
내가 처음 접한 때가 1996년이었나.
‘자유주의’적인 책이라고 공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용서하겠다.
멍청한 게 죄는 아니니까.
검색해 보니 어느 출판사에서 판권을 산 모양이다.
검색에 뜬 사진을 보니 상자에 이렇게 적혀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성서공회 연구의 결정판!”
길거리 약장수도 아니고 이게 뭐냐.
이 책 한 권이면 다 되는 결정판이 아니다.
독일성서공회 입장의 성서 해설 요약본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좀 어려울 수 있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신학생도 많을 것이다.
이 책을 제외한 다른 책의 해설 수준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초딩들의 성서 감상문 정도다.
알려진 목사의 이름을 빌리기도 하지만 누가 썼겠는가?
개론을 공부한 신학교(신학대학) 1학년 정도 수준의 저자가 이것저것 참고해서 만든 것 같다.
해설 부분을 읽지 말아야 할 이유다.
그런데도 교인들은 그걸 읽으면서 소위 ‘은혜’를 받기도 한다.
딱 그 정도 수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어릴 때는 나도 그랬으니 그들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으나, 한 마디 정도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이 글을 쓴다.
해설을 읽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