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나무숲 자유글 ()
일요일에 억지로 웃어주지 않아도 되니까 살 것 같습니다
교회 안 나간 지 이제 석 달째네요. 20년 넘게 일요일은 무조건 '거룩한 날'이라며 제 자신을 들볶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건 거룩함이 아니라 그냥 지독한 강박이었던 것 같아요.
교회 다닐 때 제일 피곤했던 게 뭔지 아세요? 바로 그 특유의 '가면'이에요. 내 삶은 지금 당장 무너질 것 같고 눈물이 나는데, 예배당 문턱만 넘으면 무조건 "은혜롭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해야 하는 그 분위기 말이에요. 조금이라도 어두운 표정 지으면 바로 "무슨 시험 들었냐", "기도가 부족하다"며 우르르 몰려와서 원치 않는 간섭을 해대니, 어느 순간부터는 제 감정을 숨기는 게 일상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그놈의 '공동체' 타령... 사실 말이 좋아 공동체지, 실상은 끼리끼리 파벌 나누고 뒷담화하는 게 일상 아닌가요? 누구 집 애가 이번에 사고를 쳤네, 누가 사업이 망했네 하는 소식들은 왜 그렇게 빠른지. 남의 아픔을 '기도 제목'이라는 명목으로 공유하면서 은근히 즐기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소름이 돋았습니다.
봉사도 그래요. 주말에 좀 쉬고 싶은데 아침 8시부터 불러내서 주차장 세워두고, 식당에서 땀 뻘뻘 흘리며 배식하게 하고. 그러면서 "하늘에 상급이 쌓인다"는 말 한마디로 퉁치는데, 그게 열정 페이지 뭡니까. 정작 목사님이나 장로님들은 에어컨 빵빵한 곳에서 대접받는 거 보면 내가 여기서 지금 뭐 하고 있나 싶더라고요.
지금은 일요일 아침에 조용히 음악 틀어놓고 청소를 하거나 책을 봅니다. 헌금 낼 돈으로 내 몸에 좋은 거 사 먹고, 억지로 사람 비위 안 맞춰도 되니까 정신이 너무 맑아졌어요. 신이 정말 계신다면, 위선으로 가득 찬 건물 안에서 남 흉보는 사람들보다 혼자 조용히 자기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을 더 사랑하지 않을까 싶네요.
로그인 후에 바로 열람 가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