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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의 도둑놈들 8회 – 도둑맞은 음향 장비
찬양단 봉사를 하던 청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중고거래를 하는 커뮤니티에서(중고나라 아님) 낯이 익은 물품을 발견했다고 했다.
"목사님, 여기 우리 물건이 올라있는 것 같아요. 확인을 해봐야겠어요."
사라진 음향 장비가 있었던 거였다.
우리는 구매자인 것처럼 접근해서 상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찬양단을 담당하는 교역자와 그 청년이 함께 나가서 판매자를 만났다.
몇 가지 이야기를 하는 중에 그 사람은 순순히 자기가 한 일을 자백했다고 한다.
그는 교회에 침입하여 물건을 도둑질했고 중고거래를 통해 현금화하려 했던 거였다.
교회에서는 그 사람을 용서해주기로 했다.
불러서 훈방 정도로 넘어갔다.
놀라운 사실은, 훔친 물건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는 거다.
거주지에 가서 확인해보니 스피커부터 마이크까지 많은 물건이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둘 것이 있다.
그 교회 찬양단은 거의 강박증에 걸린 것처럼 악기에 집착했었다.
이전에 찬양단을 지도하던 전도사로부터 비롯된 거였다.
그 전도사는 악기 판매도 겸했던 사람이어서 그런지 일종의 장비병에 걸린 사람 같았다.
찬양단의 규모에 적합하지 않은 과도하고 비싼 장비가 가득했었다.
방음이 안 되는 교육관에서 밤늦게까지 연습을 해서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교회에 속한 찬양단이 아니라, 교회의 예산을 사용하는 독립된 공연단체 같았다.
곧 은퇴를 앞둔 담임목사는 이들의 '독립적'인 활동을 용인했다.
그 찬양단이 외부활동을 할 때 '**교회 찬양단'이라는 이름을 달았기 때문이다.
이때는 스스로 장비 관리를 잘했던 것 같다.
돈이 어디로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담임목사가 은퇴하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자 상황이 변했다.
여러 이유로(매우 복잡하다) 그 찬양단의 위상이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뒷배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전도사가 나가고 다른 담당자가 들어왔다.
새로 온 전도사는 이 찬양단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었다.
사람에 대한 애정도 없었고 장비에 대한 애정도 없었다.
그냥 자기 앞가림만 하려는 사람이었다.
(사실 교역자들 대부분이 이렇다. 99.99999% 정도?!)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으니 시간 때우기식으로 찬양집회가 이루어졌다.
장비는 사용 후 그냥 던져 넣어 놓고 자물쇠만 잠그는 식이었다.
찬양단 외에는 어느 누구도 이 장비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다른 부서의 장비요 '남의 것'이라는 사고가 팽배했다.
교회 관리집사도 '게네들이 잘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누가 교회에 들어와서 비싼 장비를 훔쳐 가도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마이크처럼 작은 장비뿐만 아니라, 크고 무거운 스피커를 낑낑대며 가져가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교회의 구성원들이 교회의 물건들을 대하는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내 경험으로는, 교회 물건을 '우리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본인들의 정성이 담긴 헌금으로 구입했음에도 그저 '남의 물건'일 뿐이다.
'누군가 책임지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교역자들도 대부분 그렇다.
임시직인 부교역자들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알만하고, 담임목사도 자기가 직접 관리하는 물건 외에는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뿐이다.
왜 그럴까?
편하기 때문이다.
'우리'라는 말을 인정해 버리면 내가 개입해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게 싫은 것이다.
헌금을 내면 되었지 피곤하게 뭘 더해야 하나?
일단 돈을 냈으면 그걸로 끝, 더 책임지는 일은 귀찮다.
교회 관리인이 알아서 하든지, 교역자가 알아서 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입으로만 '우리 교회'라고 말할 뿐이다.
함정은, 교역자도 교회 관리인도 생각은 똑같다는 거다.
이건 신앙을 대하는 태도와 동일하다.
교회에 나가서 내 것을 채우는 시간 동안만 신자로서 진지하다.
그 외는 아무 관심도 없고 책임도 지기 싫어진다.
신앙은 취미생활로서 내 마음을 편하게 해야 한다.
불편하다면 버려야 한다.
교회의 재정을 비롯한 여러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도 막상 개혁을 위해 힘쓰자고, 책임 지는 신앙인이 되자고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교회 재정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회계장부를 살피며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봤다.
이런 상황은 욕심을 주체할 수 없는 사람이 교회 물건을 자기 것으로 삼아도 별문제 없게 만든다.
사실 교회의 돈도 이런 식으로 편취되는 것이다.
'신앙생활 하는 사람들 거의 모두가 그저 취미생활 하는 것일 뿐'이라고 내가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교회의 여러 부정 및 개혁해야 할 부분들에 대한 신자들의 참여가 거의 없는 이유도 바로 이거다.
누구나 하기 쉬운, 입만 터는 기독교인들 모두 공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