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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강제 모태신앙 현 불가지론자가 알려주는 성경 읽기 가이드 1.0
성경은
양놈들 문학, 사상, 인문예술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긴 해야 함.
하지만 66권을 다 읽는 건 바보짓임.
게다가 굳이 사서 볼 필요도 없음.
https://www.bskorea.or.kr/bible/korbibReadpage.php
요기 들어가면 여러 종류의 성경은 물론,
성경 전체를 단어로 검색도 해 볼 수 있음.
위의 판본중에서 난 '새 번역'을 추천함.
딱히 고수할 이유도 없는 고문투 빼고
요즘 쓰는 평범한 문어체로 번역한 버젼임.
창세기, 출애굽기 : 읽으셈
후대에서 예수 이야기에 버금가게 인용 많이 됨. 창세설화, 원죄 개념, 유대민족 성립 설화, 독특한 도덕관념의 근원 등을 알 수 있음. 재밌음.
레위기 ~ 여호수아 넘어가셈
걍 노잼. 레위기~신명기까진 율법서, 성전 설계도 나부랭이고
여호수아는 가나안 땅에서의 이방인 학살긴데 일리야드처럼 묘사가 상세한 것도 아니고
인간적 갈등이나 매력적인 캐릭터, 비장미가 있는 것도 아님.
사사기~역대상하 : 역덕 혹은 이스라엘 고대사가 궁금하면 읽고 아니면 스킵도 무방
종교국가에서 왕정국가로 넘어가는 시기의 시행착오 + 이후 짧은 왕정국가 및 유다/이스라엘 분열의 역사를 담음.
걍 대제사장 -> 사사라 불리는 사제+왕 겸하는 지도자 -> 왕에게 권력이 옮겨가는 과정이라 보면 됨.
에스라~에스더 : 넘어가도 괜춤. 에스더는 약간 꿀잼
분열된 이스라엘이 바빌론 등의 강제국에 탈탈 털리고 가끔 포로귀환해서 다시 이스라엘을 복구할 수 있으리란 헛꿈을 꾸던 시기.
에스더는 유대인 여자가 왕비가 된 이야긴데, 분량은 짧고 약간 현대 복수극같은 통괘한 구조라서 재미삼아 보긴 좋음.
더 재밌는 건 에스더에 등장하는 왕을 역사적으로 따져보면 영화 300에도 등장하는 나는 관대하다~ 하는 그 왕임 ㅋㅋㅋ
욥기 : 논쟁, 토론 좋아하는 사람들, 혹은 고대 신학의 조악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보셈.
당대 사람들의 종교적, 윤리적 세계관 vs 무신론적 세계관의 격돌을 볼 수 있는 장면임.
하나님 잘 믿던 욥이 신이 허용한 불행에 휩싸여 털리고
개빡친 욥이 자신의 무죄함과 신의 부당함을 논증함.
마지막 장면에서 기분나빠진 신이 등장에서 오직 '무지 혹은 권력에 호소하는 오류'에 근거한 개소리를 펼치는 데 이게 의외로 꿀잼임.
시편 : 스킵. 혹시 히브리어 원서충 있으면 시 읽듯 읽어봐도 좋을 듯.
이스라엘 왕정의 유일무이한 전성기를 이끈 다윗왕의 하나님 팬송 가사집.
근데 솔까 시골 양치기 출신 문맹치곤 글 존나 잘쓰긴 했음.
잠언 : 다윗 아들이 쓴 아포리즘 및 자기계발서.
지혜의 왕으로 알려진 솔로몬의 작품. 시편보단 짧지만 대단한 지혜보단
투자 잘 해라, 사람 너무 믿지 마라류의 자계서 느낌이 강함.
전도서 : 위의 솔로몬이 말년에 쓴 니힐리즘적 호교론. 취향따라 결정.
아가 : 위의 솔로몬이 여자 꼬시려고 쓴 연애편지. 모쏠아다면 추천.
의외로 써먹을 만한 여성 찬양 어법이 많음.
이사야~말라기 : 스킵해도 무방.
이스라엘 분열과 좆망 후 대답없는 여호와를 향한 단조풍의 록발라드 가사 모음집.
재미없고 분량은 존나 김.
마태~요한복음 : 솔까 읽어야지.
예수의 행적을 예수 사후 30~50년 후 4명의 제자들이 각자 기록함.
개꿀팁은 4개 복음서를 병렬 독서하면서 차이점, 공통점을 찾아보면 재미있음.
어디까지가 비교적 사실이고, 또 뭐가 구란지, 교리 내에서 뭐가 모순되는지 위의 작업 하다보면 어느 정도 보임.
그리스 비극과 유사한 구성, 비장미, 앞의 솔로몬과는 좀 차원이 다른 아포리즘 읽는 재미가 쏠쏠.
예수가 직접 한 것으로 알려진 구절 중에서도 모순과 아이러니로, 뭔가 제 3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부분도 무척 흥미로움.
지금 현실의 기독교가 예수가 했던 가르침과 얼마나 다른지,
예수의 사상은 종교이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아나키즘 혹은 공산주의 등의 정치 사상 및
새로운 사회구성에 대한 청사진과 얼마나 유사한지도 느낄 수 있음.
사도행전 : 스킵해도 무방.
예수는 사라졌지만 대신 '성령'이 내려와 겁쟁이 제자들이 진화하고,
민족종교 중에서도 사이비에 불과했던 기독교가 어떻게 세계적 종교로서의 기반을 닦는지가 나옴.
로마서 : 현실 기독교 교리를 이해하고 싶다면 읽으셈.
예수 생전 보좌한 제자 출신이 아닌, 철저한 유대교 신자이자 엘리트 바리새인이었던 사울이란 인물이
(다시 말해 굴러온 돌이자, 기독교의 탄압자였던) 180도 변신해 기독교인이 된 것은 물론,
갑자기 박힌 돌들을 제끼고 기독교의 기초 교리와 규칙을 정비하는 내용.
대단히 논리적이고 강렬한 논증으로 구성된 책이고,
재미있게도 이게 진짜 기독교의 기초 교리가 되어버렸음.
고린도~야고보 : 앞의 굴러온 돌 사울의 세계 교회 군기잡기.
재밌지 않음? 굴러온 돌, 혹은 기독교를 파괴하고 싶어했던 인물이
그 안으로 들어와 교리를 만든 것은 물론,
총 27권의 신약성서 중 13권을 이 인간이 씀ㅋㅋㅋㅋㅋㅋ
예수를 다룬 분량보다 약 3배 이상 많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이 종교를 사울교(혹은 바울교)라고 하지 않고 그리스도교라고 하는지 진짜 미스테리임ㅋㅋ
베드로전서~유다서 : 예수와 함께 했던 제자들의 소박한 교리와 가르침들이 궁금하면 읽으셈.
박힌 돌이지만 서민 출신이라 이빨이 약했던, 소외된 성골 제자들의 짧고 소박한 편지임.
요한계시록 : 읽지 마셈.
읽을 가치 없는 망상이고, 혼자 진지빨고 이거 읽다가 미치거나 사이비 종교 만든 사람이 한 둘이 아님.
유럽이나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혼자 지맘대로 이 모호하고 비유와 상징 투성이의 글 읽고
흑화한 애들이 정명석, 문선명, 구원파 유병언, 신천지 이만희 등등 수두루빽빽함.
걍 구약시대는 물론, 예수 시대에도 좌절된, 메시아가 내려와 유대인 박해한 이민족을 모두 혼내주고
유대인만의 천당을 만들어 줄 거임!! 이란 기대를
직설법으로 정확한 시기까지 못박아 쓰면 아무도 안믿거나 틀렸을 때 쪽팔리니까
대충 설렁설렁 넘어갈 수 있고 아무 시대에나 적용할 수 있는 폭넓은 비유로 다시 한번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