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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생긴 일
교회에서 생긴 일 1.
학생일 때의 일이다. 아무리 성인이고 괜찮은 학교를 다녀도 학생의 입장에서 “어른”의 권유를 거절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교회를 가자는 강제성을 동반한 권유가 대표적이다. 가끔 지하철 역에서 나눠주는 예수천국 불신지옥 삐라인지 찌라신지 아무튼 그런 것들이야 뭐 그냥 무시하거나 받아놓고 버리면 그만이지만, 친구의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을 먹는 동안 그런 권유를 듣게 되면 내가 당신의 밥을 먹으며 당신의 제안을 거절해야 된다는 사실이 너무 죄송스럽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나도 어른에게 “교회 가자” , “싫어요” 등의 단도직입적인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라 온갖 핑계를 대며 간신히 위기를 모면해왔었다.
그러다 하루는 그분께서 “우리 교회에서 잔치를 여는데 같이 음식만 먹고 놀다 가렴”이라는 제안을 하셨다. 하필이면 그때는 마침 그분께서 차려주신 밥을 너무나 맛있게 먹는 와중이었고 그런 사소한 초대마저도 거절한다면 내가 정말 나쁜 놈이 될 것 같은 마음에 수락을 해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그쯤엔 늘 대던 핑계도 고갈되어 차라리 한번은 가주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본문과는 무관함)
사실 교회를 처음 가보는 건 아니었다. 초등학생일 때 아버지가 목사인 친구네 교회에서 주도하는 수련회를 따라간 적도 있다. 또래끼리 같은 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그때만해도 관광버스엔 항상 노래방 기계가 달려있었다. 버스에 함께 타고 있던 선생님들(전도사)과 우리들 은 패닉의 달팽이를 열창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쯤 누군가 찬송가를 부르자고 제안하더라. 그때 내가 무심코 배운 찬송가가 “오라오라 내게 오라”인데 “쉬게하~~~리~~~라~~~ 쉬게하~~~리~~~라~~~~” 뭐 이런 노래다. 그 노래를 기점으로 노래방 기계고 나발이고 도착 할 때까지 무반주에 주구장창 찬송가만 열창하면서 갔다. 여튼 그 때 이후로 한번도 찬송가를 배운 적이 없는데도 “오라오라 내게 오라”의 멜로디는 어째서인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어쩌면 그날 날 압박하던 성령의 힘이 너무 강했을지도 모르지..
쉬게 하~~~~~~~리~~~~~~~~라~~~~~.jpg
수련회는 교회 수련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아침, 점심, 오후 하루 세 번 예배에 성경공부 한두 시간만 하면 나머지는 모두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시간이었다. 중간중간 성경에 관련된 연극이라든지 장기자랑이라든지 놀이를 빙자한 개독 활동들이 몇 있었지만 그닥 신경이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심지어 매일 계속되는 바비큐 파티와 각종 놀이에 “헐 이런게 개독 라이프라면 개독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음” 이라는 생각을 가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뭐 그러다 마지막 날 쯤에 여타 다른 수련회들처럼 캠프파이어를 하게 됐다. 학교 수련회 가면 잘 놀다가 꼭 마지막 날에 부모님 얘기로 감성자극 하면서 울음바다로 만드는 프로그램이 당시 유행이었는데 그 교회 수련회 프로그램에도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캠프파이어 시간이 있었다. 상투적인 말들로(부모님 말씀 잘 들어라, 공부 열심히 해라 등등)시작해 아니나 다를까 개독스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더라.
자세한 내용은 생각나지 않지만 지옥이 두려웠던 초딩들은 하나같이 한 손을 하늘로 올리고 울며불며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더 웃긴건 내 옆에는 나처럼 교회를 안 다니던 친구가 앉아있었는데 그놈도 뭐가 그리 서러운지 콧물까지 질질 짜내면서 통곡을 하고 있더라. 그때 내가 본 광경은 한마디로 가관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태개독은 이런 식의 세뇌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내가 그때 그자리에서 사탄이 두려워 울음을 터뜨렸다면 나도 지금쯤 매주 일요일마다 만원씩 헌납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장담하는데 그때 하나님과 혼연일체가 되어서 통곡을 하던 꼬꼬마들은 지금 제 3국가에서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을것이다.
본문의 내용과 무관한 사진임
아무튼 이런 잡다한 생각들을 가지고 결국 그 주 교회 잔치에 참석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