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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셀 모임, 그 닫힌 문 안의 진실
나에게 지수는 그냥 친한 친구가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고, 같은 교회를 다니며 신앙생활을 함께한 자매이자 가족 같은 존재였다. 그런 지수가 교회 안의 한 소그룹에 깊이 빠져들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나에게는 악몽과도 같았다.
지수가 들어간 곳은 '특별 영성 훈련팀'이라고 불리는 작은 모임이었다. 담임목사님 직속은 아니었고, 카리스마 있다는 평을 듣는 한 남자 리더가 이끌었다. 처음에는 지수도 그 모임에 대해 좋은 이야기만 했다. "리더님이 정말 영적으로 깨어있어. 그분 말씀을 들으면 내 안에 숨겨진 죄까지 다 드러나는 것 같아.", "세상 친구들이랑 나누지 못하는 깊은 교제가 있어." 지수의 얼굴은 전에 없이 환해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지수는 그 모임에 모든 것을 바치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몇 번씩 있는 모임에 참여하느라 나와의 약속은 물론이고 가족 모임도 빠졌다. 모임의 리더와 멤버들 외에는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멀리했다. 쓰는 언어도 바뀌었다. 모임 리더가 강조하는 특정 성경 구절이나 영적인 용어들을 반복했고, 그 리더의 말이라면 맹목적으로 따랐다. 그의 지시가 곧 '하나님의 뜻'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듯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리더가 지수에게 가족과도 거리를 두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였다. "네 가족들은 아직 세상적이고, 네 영적인 성장을 방해한다", "하나님께서 너에게 주신 특별한 사명을 위해서는 육적인 관계를 끊어낼 필요가 있다", "이것이 너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다"라는 말로 지수를 세뇌시켰다고 했다. 지수는 그 말을 듣고 실제로 부모님과의 연락을 줄이고, 형제들과도 담을 쌓았다. 가족들이 걱정하며 교회에 찾아오거나 나에게 연락해 지수를 좀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해도, 지수는 리더의 지시라며 만나주지 않았다.
나는 지수를 붙잡고 따졌다. "이게 말이 돼? 신앙이 좋다는 게 왜 가족까지 등지게 만드는 거야?" 하지만 지수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눈치였다. "너는 아직 세상에 속해 있어서 그래. 영적인 눈이 열리면 이게 하나님의 인도하심인 걸 알게 될 거야." 이미 리더의 가스라이팅과 모임의 닫힌 분위기 속에 지수는 완전히 갇혀버린 상태였다. 리더는 지수에게 자신의 모든 결정(직장, 결혼, 재정까지)을 보고하고 허락받게 했다. 리더에게 복종하는 것이 하나님께 복종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나는 교회의 다른 리더들(목사님, 장로님)에게 이 모임의 문제점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무관심하거나, 오히려 그 리더를 두둔하는 것이었다. "그 형제(리더)가 영성이 깊어서 좀 독특하긴 해도, 열정이 대단해", "지수 자매가 신앙생활에 열심히 하려는 거 아니냐", "개인적인 관계에 교회가 너무 깊이 개입하기는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교회의 리더십은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거나, 외면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 리더의 열정이 교회의 전체적인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나는 지수를 그곳에서 빼내오지 못했다. 지수는 여전히 그 모임에 속해 있고, 가족들과도 거의 단절된 채 리더의 영향 아래 살고 있다. 내 친구는 교회 안의 한 닫힌 문 안에서 영적인 조작과 통제 속에 갇혀버렸다. '사랑'과 '자유'를 가르치는 교회가, 오히려 '영적인 권위'와 '하나님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옥죄고 소중한 관계를 파괴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이고 고통스러웠다. 내가 알던 교회가 아니었다. 내가 알던 친구도 아니었다. 교회 안의 그 '닫힌 문'은 나에게는 지수를 빼앗아간, 절망과 분노의 상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