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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삼위일체 : 이성과 신앙, 붕괴된 언어의 경계에서
야, 파인만이 이런 말 했지.
“누가 양자역학을 이해한다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이해 못한 거다.”
그니까 이게 뭔 소리냐면,
우리는 매일 현실을 산다고 착각하는데,
그 현실을 구성하는 가장 밑바닥의 법칙조차
인간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단 거야.
빛은 입자면서 파동이고,
슈뢰딩거 고양이는 죽었으면서 살아있고,
하나의 입자가 동시에 두 장소에 존재할 수도 있고,
측정하는 순간 모든 게 ‘정해진다’.
야 이게, 종교지 뭐냐?
근데 여기서 개쩌는 게 뭔지 알아?
기독교는 말이야, 더 오래됐거든.
양자역학보다 훨씬 전부터
"하나이신 세 분"을 얘기했어.
성부, 성자, 성령. 셋인데 하나. 하나인데 셋.
누가 그랬더라,
"이건 논리가 아니라 믿음이다."
근데—그거, 양자역학이랑 너무 닮았어.
왜냐고? 들어봐.
양자 얽힘이라는 게 있어.
두 입자가 연결되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하나를 측정하면 나머지도 바로 정해져.
빛의 속도조차 무시하고, 즉각적이야.
이거 무슨 성령 강림이냐?
성부가 움직이면 성자도 떨고,
그 움직임은 영으로 전해지고.
무슨 성삼위 통신망이라도 있는 것처럼,
분리된 듯 하나고, 하나인 듯 셋이야.
물리학은 여기서 침묵해.
왜냐면 수학적으로 설명은 되는데,
그게 말로 안 되거든.
근데 종교는 이 틈을 파고들어
"이건 신비야." 라고 선언해.
그 말 안 되는 걸, 말처럼 만들어.
아, 간지나잖아.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만 진짜라고 하지.
근데 양자역학은
"보는 순간 진짜가 된다" 라고 하지.
삼위일체도 마찬가지야.
믿는 순간, 그것은 ‘진실’이 된다.
믿지 않으면, 그냥 말장난처럼 보이고.
야, 이거 무섭지 않아?
우린 이성과 감성의 중간 어디쯤에 서 있는 건지도 몰라.
근데 거기서 과학과 종교가,
각자의 언어로 똑같이 침묵하고 있어.
그게 너무 멋있어.
과학은 수식으로,
종교는 기도로,
우주의 본질에 손끝을 대보려는 거지.
누구도 제대로 이해 못하지만,
‘느끼는 것’은 가능하다고 믿는 거야.
그게 바로 삼위일체.
그게 바로 양자역학.
그게 바로 우리가 지금 여기,
의자에 앉아 커뮤니티 글 쓰면서
‘존재’를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야.
결국 인간은,
해석할 수 없는 걸 해석하려 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동물일지도 몰라.
삼위일체든, 양자얽힘이든.
그걸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그래도 난 느껴.”
그 말 한 마디면 되는 거야.
그러니까 말이야—
다음번 누가
“삼위일체 말도 안 돼.” 하면
살짝 웃어주고 말자.
"야, 양자역학도 그래."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