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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인 성경 책 별 느낌(신약편)
공관복음 - 사실 세세하게 들어가면 관점이 다 다르긴 하지만 솔직히 현대인인 우리가 보기엔 걍 비슷비슷한 얘기 실려있는 거라 뭐... 누가복음 읽을 때 쯤이면 걍 의무감으로 읽게 되는 듯. 그렇다고 안 읽기엔 또 성경에서 가장 핵심적인 파트라 억지로 읽게 됨
요한복음 - 기독교 신학을 알고 싶으면 요한복음과 로마서만 읽어도 무방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 정말로 수준 높은 비유와 아름다운 문학적 표현으로 읽을 때도 즐거운 데다가, 기독교 신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관점이 많이 나와서 기독교에 관심 있는 사람이나 그냥 순수하게 문학책으로 접근하는 사람 모두가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 특히 요한복음 1장은 구약에서 던져놓은 메시아 떡밥이 회수되는 느낌까지 듬. 신약성경 딱 한권만 읽으라면 요한복음 읽을듯
사도행전 - 정들었던 베드로가 갑자기 사라지고 뜬금없이 신캐 바오로가 등장함. 근데 엄청 띄워줌. 마치 삼국지에서 뜬금없이 듣보잡인 사마의를 띄워주던 유비 사후를 보는 거 같음. 뭐 베드로랑 바오로도 소소하게 기적 일으키긴 하지만 솔직히 여긴 공관복음보다도 재미없음. 맨날 여행 가고 박해 당하고... 다만 초기 기독교 역사에서 매우매우 중요한 파트를 다루기도 하고, 뭣보다 초기 사도 교회인 안티오크, 로마, 코린토스 같은 가톨릭의 근간이 되는 교회 형성 과정이 나오기 때문에 역사에 관심 많은 사람은 읽어보는 걸 추천함. 역사에 관심많은 사람이면 가장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파트. 바오로의 시민권 드립이나 그리스 철학자와의 키배 처럼 당시 시대상을 어느정도 볼 수도 있음.
로마서 - 기독교 교리의 끝판왕이자 이신칭의론으로 종교개혁의 시초가 되고, 루터가 사랑했고 아우구스티누스를 회심하게 했던 바로 그 책! 앞으로 나오는 수많은 서신이 어떤 특별한 목적(교회의 화합, 교리의 통일, 영지주의에 대한 반박, 행위구원론에 대한 반박, 이방인에 대한 처우 등)을 목적으로 한 거에 비해 로마서는 기독교 교리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가장 체계적이고 디테일하게 기독교 교리에 관해 정리해놓음. 그래서 신약성경 중에서 가장 철학책 같은 책. 조금 딱딱하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교리에 관심 많다면 꼭 읽어야 하는 책임.
고린도서 - 바오로식 Q&A.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유튜버가 하는 Q&A 느낌 낭낭함. 심지어 자기 썰풀이도 있는 편. 심지어 자기 좀 쩐다고 자기 자랑 하려다가 마는 내용까지 있음. 1세기 최강 인플루언서의 Q&A 시간
갈라디아서 - 바오로식 키배. 이단의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내가 말하는 거 이외의 복음은 없다 선언.
에베소서 - 언제나 리더가 가장 힘든 건 인간관계임을 보여주듯이, 분열된 교회를 합치기 위해 쓴 서신. 유대인이랑 이방인 사이좋게 지내라며 교세 확장에 발목 잡는 사람들에게 하지 말라고 사정하는 서신
빌립보서 - 바오로식 도네 리액션. 감옥에 갇혔을 때 지원해준 사람들에게 쓴 감사 편지. 개인적으로 힘들 때 읽으면 좋을 거 같은 성경이 빌립보서임. 바오로의 예수에 대한 사랑이 절절히 느껴지는 파트. 삶이 너무 힘들어서 맘같아서는 빨리 천국에 가고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이 주신 사명을 다하기 위해 자기 인생을 기꺼이 희생할 수 있다는 바오로의 고백이 되게 멋있게 느껴짐. 바오로의 서신 중에서 가장 바오로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함
골로새서 - 바오로식 교리 템플릿. 이때까지 바오로가 한 말을 약간 종합한 느낌? 바오로의 교리와 사상, 그리고 바오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회를 가장 압축적으로 담은 책이라고 생각함. 골로새서는 교리 템플릿으로 써도 좋을듯. 분량도 적당하고.
데살로니가서 - 서로 싸우지 마라 선언. 2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공동체의 갈등은 늘 똑같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음. 다만 조금 중요한 게 하나 나오는 데, 종말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옴. 물론 요한계시록이나 에제키엘서처럼 존나 화려한 문체로 아포칼립스를 묘사하는 건 아니고, 살짝 건조하게 표현되기는 하는데, 대천사나 적그리스도같은 요한계시록에서 등장하는 개념은 다 등장하는 듯. 나무위키 보니까 데살로니가서가 신약성경에서 가장 오래된 문서라는 걸 보니 초기 기독교에서도 종말론은 매우 중요하며, 매우 빠르게 정립된 걸 알 수 있음. 다만 문학적으로는 요한계시록이 워낙 압도적이라 뭐 굳이 얘를 볼 필욘 없는듯
디모데서 - 바오로식 꼰대질. 자식과도 같은 디모데 교육시키겠다고 펜 들어서 이거 해라 이거 하지 마라라고 편지 쓰는데, 정약용이 자기 자식한테 편지 쓴 거 생각남. 이런 거 겁나 싫어하는 나는 바로 패스
디도서 - 바오로식 프랜차이즈 매뉴얼. 교회는 이렇게 해야 하고, 뭘 가르쳐야 하는지 노하우 전수해줌.
빌레몬서 - 바오로식 사원 추천서. 바오로가 노예와 친해져서 노예 주인한테 얘 풀어주고 교인으로 대해라 라고 편지 씀. 역시 인맥이 짱임. 내 선생이 바오론데 너가 어쩔건데? 너가 뭘 할 수 있는데 이 좆밥새끼야ㅋㅋㅋㅋ 취직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장이랑 친해지면 됨.
히브리서 - 신약 성경 교리의 끝판왕. 유대 민족의 신앙과, 헬레니즘 철학, 그리고 바오로의 사상을 모조리 합쳐서 만들어 낸 가장 깔끔한 교리 설명서임. 또한 예수를 사제. 아마 신약성경 중에서 가장 저평가된 책이 아닐까 싶음. 진짜 개쩌는데.
야고보서 - 행위구원론이라 루터가 경멸한 그 책 맞음. 솔직히 난 잘 모르겠더라 근데
베드로서 - 진짜로 베드로가 쓴 지는 잘 모르겠으나. 확실히 바오로의 편지에 비해서 조금 더 교리면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느낌이 강함. 그리고 교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책인데, 바로 연옥에 대한 근거가 나오는 파트임. 참고로 개신교는 연옥 인정 안함. 이 연옥이라 함은 또 기독교 교리에 엄청난 떡밥 중 하나다보니 관심이 생길 수 밖에. 글고 복음에 대한 설명도 바오로는 조금 논리적으로 설명한다면 베드로는 "내가 봤다!" 라고 심플하게 해결
요한 서간 - 요한복음 액기스 정리본. 영지주의 좆까라는 내용이 가득함. 요한복음에 대한 주석 느낌이 강하고 헬레니즘 철학 냄새도 진함. 특히 삼위일체에 떡밥도 요한 서간에서 터졌을 정도로 교리적으로 난해한 파트.
유다서 - 극딜 파트. 소돔과 고모라, 카인, 빌람 등 성경 속 대역죄인을 언급하고, 지옥에 쳐박는다니 불로 태워버릴 거라니 아주 그냥 이단에 대한 강한 증오를 보여줌.
요한계시록 - 신약성경 최고 꿀잼 파트. 구약에 에제키엘서가 있다면 신약에는 요한계시록이 있다. 멸망 파트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이 존나 재밌음. 다만 앞부분은 고린도 교회니 빌립보 교회니 같은 메이저 교회 언급은 없고 에베소 교회 제외하면 듣보잡만 나와서 약간 김이 세는 느낌이 있음
정리
1. 나는 교리에 관심이 있다 : 히브리서, 요한복음, 로마서, 요한 서간 읽으면 됨
2. 나는 기독교 역사에 관심 있다: 사도행전 읽으셈
3. 나는 바오로에 관심이 많다: 사도행전이랑 바오로 서신 읽으셈.
4. 나는 문학에 관심이 많다: 공관복음이랑 요한계시록 읽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