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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기독교에는 종교개혁이 필요하다.
최근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가 크게 화제가 되고,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 대학 중에서 가장 자유로운 학풍의 신학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제가 봐도 이들이 개독교나 예수쟁이같은 소리를 듣는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요즘입니다.
(저는 코로나와 관계없이 일요일에 교회를 나가진 않습니다)
이 짤 보셨는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한국에서 많은 기독교인(이라고 본인을 지칭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눈으로 정말 진지하게 성경이라는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목사가 떠먹여주는대로, 일주일에 한 구절을 문맥과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은채 받아들여버리고 마는 것이죠. 여기에 관해서는 정말 엄청나게 많은 예시가 있습니다. 두 개 정도 예시를 들어보면...
성경의 가장 앞부분인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직접 썼다고 알려진 모세입니다. 보수적인 한국 교회에서는 모세 오경을 모두 모세가 직접 집필했다는 주장에 광적으로 집착합니다. 모세라는 아이콘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 문자주의적 해석이 주는 이점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죠.
사실 이 다섯가지 책을 모세가 전부 집필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단적인 예시만 해도 신명기 중간에 모세가 사망하는 기록이 나옵니다. (예언의 필체로 적힌 것이 아닌 제 3자의 설명으로)
정말 단적인 예시고, 오경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자면 문서가설과 텍스트 레이어를 통한 문헌 비평적 접근이 필요하지만, 이는 구약학 전공적 내용이니 따로 글을 써보거나 하겠습니다.
이 모세가 일으켰던 기적으로 가장 유명한 홍해의 기적을 그린 삽화입니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모세가 바다를 갈랐다는 것은 한번쯤 들어봤을 유명한 이야기죠.
최근에서야 점차 알려지고는 있지만 사실 이것도 크게 잘못 알려진 내용입니다. 히브리어 성경 원문을 보면, 히브리어 원어 yam suph(יַם-סוּף) 는 '붉은 바다'라고 해석될 수가 없는 단어입니다. yam이 바다로 해석되는 것은 옳지만 suph (סוּף) 는 갈대라는 뜻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모세가 홍해를 갈랐다는 것은 번역 과정의 오류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할 수 있겠지만 모세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갈대가 우거진 물을 건넜고 아슬아슬하게 추격자들을 따돌렸으며, 성경의 내용은 그 긴박한 경험이 묘사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이걸 갈라서 걸어서 뚫고 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죠..)
보수적인 한국 교회 강단에서 위와 같은 이야기를 교회 다니시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에게 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단, 사이비, 사탄소리까지
안나올 소리가 없을 겁니다. 신도들에게만이 아니라 교단에서, 교회에서 신학을 하지 말고 신앙을 해라 같은 소리 나올게 뻔합니다.
심지어 모세 오경을 '모세' 두 글자 떼고 '오경' 이라고만 불러도 지탄받는 것이 한국 기독교의 현실입니다.
사실 성경이라는 건 수천년간 인간 공동체를 유지하게 해주던 법과 질서였습니다. 실제로 율법서들은 아직까지 남아서 놋그릇은 어디에 놓고 제사는 어떻게 지내야 할지 세세하기 기록되어 있죠. 지금의 관점에서 보자면 야만적이나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는 여러가지 규범들도 그 당시의 역사적 배경과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리고 지난 몇백년간 합리적인 과학자들(근동사학자, 문헌학자, 고대근동어학자, 성서학자, 고고학자, 인류학자 등등) 은 성경의 진위와 그 메시지, 나사렛 예수라는 인물의 실존과 행적 등등을 알아내기 위해 과학적 방법론으로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영향력으로 이 결실들이 일반인들에게 전해지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로부터 수천년이 지난 지금 현실에 그것을 문자주의적으로 그대로 고수하는 사람들이 문제입니다. 심지어 자기 손익에 맞춰 어떤 내용은 보수적으로 지키고 어떤 내용은 의도적으로 무시하기도 합니다. 이 사람들이 기독교를 극우 꼴통 개독 이미지로 만든 주범들이죠. 그리고 저는 그게 일부라고 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교회와 교인들에게 그 책임이 분명 있습니다.
제목은 거창하게 썼지만 혹시 이 글이 반응이 좋다면 성경과 기독교 전통, 기독교 신학에 대해서 가끔씩 글을 써볼까 합니다. 종교개혁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한국의 기독교라는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그리 다 없애버릴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등 그런 내용을 써볼 생각입니다.
궁금하신 내용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아는대로 답변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