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유게시판 💬 일반잡담 ()
어렸을 때 나 왕따시켰던 여자애 교회 사모님 되어있더라
걔랑 초딩 때 학교에서 잘 지냈어. 종교도 같았고 공부를 비슷하게 잘해서 걔 집에 놀러갈 때마다 걔 엄마가 나한테 자기 딸이랑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했었지. 근데 우리집에서 같이 과제 한 번 같이 한 이후론 걔가 나 왕따시켰어.
우리집이 못 살았거든. 걔 집은 그럭저럭 살았고.
그 땐 우리집 못 살아서 부끄러운거 그런거 몰랐는데 걔가 애들한테 우리집 못 산다고 소문내서 그 때 가난에 대해 각성했다.
중학교 입학하고서도 같은 반이었는데 걔는 1등, 나는 2등이어서 성적순대로 반장, 부반장 했는데 철저하게 나랑 한 마디 말도 안 하더라. 나랑 마주치게 되면 인상 팍 찌푸리고 옆에 애한테 귓속말로 뭐라뭐라 하고 같이 인상 찌푸리고. 할 말 있으면 다른 부장한테 말 전달하고. 걔가 다른 부장들한테도 우리집 가난하다고 소문내서 거의 왕따였지 뭐. 어떤 애는 대놓고 '너같이 못 사는 애가 어떻게 부반장하냐?' 이런 말도 들었다.
2학년 때부턴 다른 반 되었고 고등학교도 다른 곳에 배정되면서 사이가 멀어지나 싶었는데
대학교 입학해서 우연히 학교 식당에서 마주쳤다.
걔는 한껏 꾸민 채로 친구들과 밥 먹고 있었고, 나는 반수하느라 추리닝에 모자 쓰고 혼자 식판 들고 빈 자리를 찾고 있었는데 눈이 마주친 거지.
걔는 날 알아보고는 전처럼 인상을 팍 구기며 못 본 걸 본 듯이 시선을 돌려버렸고, 나는 그 모습을 다 보고 빈자리를 찾아서 앉아서 밥을 먹었다.
그러고 그 이후로 두어 번 식당에서 마주쳤고 뭐 똑같았다. 근데 그 땐 걔가 뭐라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같이 밥 먹던 애들도 같이 인상 찌푸리면서 날 보더라.
그 후에 난 반수해서 학교 옮겼고, 옮긴 학교에서는 정말 재밌게 잘 지냈다. 알바하면서 고시원비도 대느라 몸은 힘들었지만 좋은 동기들 만나서 정말 좋았다.
취업하고 결혼 준비 중에 페북하다가 친구추천 목록을 보는데, 낯익은 이름이 뜨더라. 걔 였다. 들어가보니, 세상 인자하게 웃는 얼굴의 걔 사진이 프로필로 되어 있고, 사람들이 사모님 하면서 부르더라. 하나님 안에서 모든 이들을 축복한다면서, 모두 사랑한다는 걔의 글을 보며 구역질이 났다.
어쩐지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교회 그만두고 싶어지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