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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회 세습에 관하여(장문)
여러분들은 담임목사 세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어릴적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십 몇 년을 한 교회에
출석하며 자라왔습니다. 믿음의 고향 같은 곳이고 가족처럼 느끼는 공동체에 속해 즐거운 신앙생활을 해왔습니다.
사건은 몇 년 전 부터 조짐을 보였습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갔던 담임목사의 아들이 목사로 교회에 오게 된 것입니다. 몇몇 사람들은 혹시 세습을 준비하는게 아닐까 걱정을 했지만, 대부분은 별 생각이 없는듯 했고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만 갖고 있었고 이는 금새 사라졌습니다.
아들 목사는 한 1년 정도는 큰 사역 없이 지내다 한 교육부서를 맡게 되었고, 담임목사 대신 대예배에서 설교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목사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교육부서가 상당히 부흥을 하게 되었습니다. 설교적인 부분은 좀 부족했지만 성도들을 챙기는 모습과 사역에 진심인 모습이 와닿아 많은 성도들이 그 목사에게 마음을 열었습니다. 한동안은 평화로웠습니다.
어느 날 부터, 교회에 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아들 목사가 공동담임으로 추대되기로 했다. 라는 소문이 말입니다. 이 소문은 진짜였습니다. 현 담임목사의 은퇴도 슬슬 다가오고 있었고, 현 상황에서 외부에서 담임목사를 청빙해오면 교회가 흔들릴것 같다는 담임목사와 목사를 지지하는 장로들의 의견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사실상 이제 세습을 하겠다는 말이었습니다.
이 일로 인해 교회는 두 쪽으로 분열되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함께 삶을 나누고 찬양하며 기도하면 공동체는 이제는 사라졌습니다. 나뉜 교회의 성도들은 서로의 성명문과 의견을 톡방이나 교회에 돌리고, 비방하고, 헛소문을 퍼뜨리는 등의 일이 일어나고 가족같던 공동체는 의견의 차이로 인해 더이상 가족으로 있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는 전교인 투표로 이어졌습니다. 아들 목사를 공동담임으로 추대하는것에 대한 찬반 투표로 말입니다. 투표날까지 교회는 서로에게 돌을 던졌습니다. 각 측은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평소 교회에 나오지 않던 성도들 까지 불러내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결국 찬성측이 미미한 차이로 승리했습니다. 승리란 표현이 맞을진 모르겠습니다. 여튼 이 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실족하고 교회를 떠났습니다. 다행히 다른 교회에 가서 상처를 어느정도 치유받고 정착한 사람도 있었지만, 아예 교회를 등진 사람도 더러 있었습니다. 교회에 남은 성도와 장로, 사역자들은 과연 승리를 즐길 수 있었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각 부서에서 인원 출혈이 생기니 이를 메꾸기 위해 교사와 부사역자들은 더 많은 수고를 감당해야 했고, 사역을 하지 않던 청년들도 끌려가다시피 여러 부서에 배정되어 사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로에게 상처만 남은 사건이었습니다.
교회는 현재 어느정도 현상유지를 할 수 있게 된 것 처럼 보이지만, 계속해서 성도들이 빠져나가는 추세입니다. 꽉 채워져있던 예배당에는 빈 자리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교회에서는 무언가를 계속 하며 발버둥 치지만 이게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행위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세습을 반대합니다. 그러나 현재 상처 받은 채로, 시험에 빠진 채로 교회에 남아있습니다. 떠나야 평안해질 것 같지만, 남아서 발버둥치는 사람들이 눈에 밟히기도 합니다. 동시에 이 일을 일으킨 사람들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들에게 웃으며 인사해야하는 제가 너무 역겹습니다. 답을 알지만 어찌해야할지 큰 고민이 됩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전 어찌 해야할까요.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할 곳이 마땅치 않아, 익명의 힘을 빌려 이곳에 풀어봅니다. 혹시 이 긴 글을 다 읽으셨다면 감사드립니다.
모두의 삶에 주의 평안이 함께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