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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불신지옥의 '자기 고의 없이 거부'라는게 되게 애매함
우리가 흔히 '자기 고의 없이 신앙을 거부한 자는 양심에 따라서 판결받지만(이순신 세종대왕 처럼) 자기 고의로 신앙을 거부하면 지옥행'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자기 고의'라는게 되게 애매함.
가령 여러가지 케이스를 나눠볼 수 있는데
1. 이순신이나 세종대왕처럼 아예 물리적으로 기독교에 대해 믿어볼 기회 자체가 없었다고 판단되는 경우
2. 이란에서 태어난 여자애인데, 애가 어디선가 '기독교라는 예수를 믿는 종교가 있는데, 예수 안믿으면 지옥 간다더라' 이런 말을 들음. 그래서 집에 가서 아빠한테 이 얘기 꺼냈다가 온갖 쌍욕을 다 먹고 이슬람을 배교할거면 절연하자고 함. 그래서 그 이후로는 기독교에 관심을 끊고 그냥 반쯤 잊은채로 이슬람교 교인으로 살아감.
3. 태어나봤는데 아빠가 리처드 도킨스, 아빠가 매일 기독교에 대해 극렬하게 까대서 아들인 나도 기독교에 대해 잘 알긴 아는데, 문제는 어려서부터 '기독교라는건 나쁜거야!'라는 교육이 세뇌처럼 박혀서 누구보다 기독교 교리엔 박식하면서 사고관 자체가 도저히 그게 나쁜거라는 쪽으로 밖에 생각이 안됨. 그대로 그냥 '기독교는 나쁜거구나...'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으면서 무신론자로 살다가 한 20대쯤에 사망.
4. 일본에서 태어난 여자아이인데 신사집안에서 태어남. 어디선가 '예수를 믿으면 천국 가고 안 믿으면 지옥 간다는 종교가 있다더라' 정도로만 기독교를 접해봄 (일본은 하도 기독교가 소수종교라 대부분 사람들이 '그런 것도 있다더라~' 수준으로만 들어본 경우가 많음). 어려서부터 엄마는 자기한테 신사의 무녀직을 물려줄 생각으로 애한테 무녀 훈련을 시킴. 딱히 강제적이지는 않았지만 자기 집안 가업에 대한 책임감도 있고 어렸을적부터 하던게 이런거라 그냥 자연스럽게 무녀직 이어받고 기독교라는 종교는 '그냥 그런게 있는갑다'라고만 생각하며 살아감.
5.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모태신앙으로 태어났는데 고등학생 때 쓰레기같은 목사한테 성폭행을 당함. 거기다가 정신나간 부모님이 우리 목사님이 그러실리 없다면서 목사를 두둔해줌. 그 이후로 십자가만 보거나 성경만 봐도 토를 할 정도로 심각한 트라우마에 빠져살다가 심리치료를 오랫동안 받고 겨우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됨. 하지만 이후로도 기독교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살다가, 뉴스에서 어디서 신부가 신자를 성추행했다는 뉴스를 보고 '에휴, 저기도 똑같네...' 하고 그 뒤로는 그냥 무종교인으로 살아감.
뭔가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더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만하면 충분한 것 같고.
위의 사례에는 기독교에 대해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잘 알고 있었던 사례나 딱히 강제로 못 믿게한 상황이 아닌 상황들도 있음.
하지만 우리가 저 상황에 우리를 대입했을 때, '저 사람들에게 정말 믿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그리고 그 책임으로 인해 영원히 지옥에 빠져야한다고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아마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거임.
그래서 내 생각인데, '신앙을 고의로 거부한 자'의 '고의'라는게 모호한 상황이 많기 때문에 어느어느 불신자가 정말 그 불신으로 인해 지옥에 가는지는 '그냥 하느님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하시겠지...'가 답인듯. 불신지옥은 그냥 '일단 원칙 상은 그렇다, 근데 나도 잘은 모른다.' 정도가 맞지 않나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