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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다니면 부자 된다?
“교회 다니면 부자 된다”. 이 문장은 지난 10월25일 로이터통신의 미국발 기사를 한국의 연합뉴스가 받아서 보도한 한 기사의 제목이다. 그러나 기사를 자세히 보면 그것이 꼭 교회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믿고 있는 종교를 더 열심히 믿으면 부자가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적혀있다.
기사 내용을 요약하면 대강 이렇다. MIT 대학 경제학과의 조너던 그루버 교수가 캐톨릭, 유태교, 개신교 신자 등 6개의 종교그룹과 아무런 종교도 가지지 않은 사람 등 7개 그룹의 25세 이상 백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자신이 믿는 종교의 예배에 출석하는 확률이 높을수록 가계소득이 늘어나고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는 비율이 줄어들며 이혼확률도 감소했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종교집회 참석률이 2배가 되면 가계소득은 9.1% 늘고 복지지원금 수혜는 16% 감소하며 이혼율은 4% 줄었다는 것이다.
그루버 교수는 ‘종교 시장 구조와 종교 참여 및 그 결과: 종교는 유익한가?’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그 논문에서 그러한 결과가 나오게 된 이유도 이렇게 분석했다. “신앙심이 있는 사람들은 노동시장에서 성공을 방해하는 일상적인 문제들에 대한 정신적 중압감이 덜하기 때문에 더 성공할 수 있다”라고. 쉽게 말해 종교활동을 열심히 하면 스트레스가 적어 돈벌이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일까? ‘그럴 것 같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기사가 지난 11월 16일자 중앙일보 미주판 1면과 4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미 전국에 50여개의 호텔을 소유해 한인사회에서 ‘호텔업계의 대부’ 또는 ‘호텔왕’으로 불리는 조찬수씨의 성공스토리를 소개한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조씨는 그 기사에서 자신이 오늘날 자산 1억달러대의 거부가 된 것은 “오로지 ‘기도의 응답’과 ‘하나님의 역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씨 자신이 밝힌 스토리는 대강 이렇다. 정착비용을 제외하고 10만달러의 가용 순자산만을 지닌 채 지난 1992년 샌디에고로 이민 온 조씨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하냐?”는 문제로 고민하며 1년간을 간절히 기도한 끝에 평생 한번도 해본 일이 없던 호텔업에 종사해 보라는 응답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때부터 1년동안 월 1천달러의 박봉에 모텔의 궂은 일을 도맡아하며 호텔업을 배우기 시작했고 그 이듬해인 94년부터 호텔 매입을 시작해 불과 5년 남짓한 사이에 50여개의 호텔을 소유하며 순자산만 1억달러에 이르는 거부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조씨가 밝힌 자신의 첫 번째 호텔 매입 과정은 실로 드라마틱하다. 조씨는 당시 3백만달러에 매물로 나온 은행차압 호텔을 ‘다운 페이먼트 70만달러, 은행융자 230만달러, 에스크로 기간 3주’라는 조건으로 에스크로를 개설하며 자신의 전재산인 10만달러를 전액 디파짓으로 내걸었는데 며칠 내로 60만달러를 마련하지 못하면 디파짓 한 돈까지 고스란히 날려야 할 판국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경쟁자로서, 자신이 오퍼를 넣었던 그 호텔에 별도의 구매계획서를 썼던 한 중국계 투자자로부터 60만달러를 빌릴 수 있었고 그래서 가까스로 에스크로를 종결할 수 있었으며 그 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빌린 돈을 모두 갚고도 다른 호텔을 매입할 수 있는 여유돈이 생겼다는 것이고 그 이후 꾸준히 호텔 매입을 계속해 그같은 부를 쌓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기사에는 자세히 나와있지 않지만 만약 그 때 중국계 경쟁자가 사채를 빌려주지 않았거나 조씨가 호텔을 매입한 후 부동산 가격이 내렸다면 자신의 전재산을 몽땅 잃었을 수도 있었던만큼 조씨가 그 일련의 과정을 ‘하나님의 역사’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닌 듯하다.
그렇다면 그루버 교수의 주장은 증명이 된 것인가? 아니다. 지난 11월 15일 한국일보 오피니언란의 ‘삶과 생각’ 코너를 보면 뉴욕 아이오나대 심리학과 김기석 교수가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나섰다.
김교수가 시카고대 부설 내셔널 오피니언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한 2004년 제너럴 소셜 서베이의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일년에 종교의식에 서너번 정도 나가는 사람들의 가구당 년평균소득이 약 6만9천달러로 매주 종교의식에 참석하는 사람의 6만4천달러나 일주일에 한번 이상 예배나 미사 등에 출석하는 사람의 5만8천달러보다 높다는 것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기도와 소득간의 상관관계이다. 기도의 횟수와 소득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일년에 기도를 한번도 하지 않는 사람들의 년평균소득이 7만1천달러로 가장 높고 일주일에 몇 차례 기도한 사람이 6만7천달러로 그 다음이며 하루에도 여러 차례 기도하는 사람이 5만2천달러로 소득이 가장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교수는 ‘그래서 종교를 갖지 말자’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니다. 김교수는 같은 자료에서 소득 대신에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을 보면 종교행사에 참석하는 횟수가 증가할수록 스스로 느끼는 행복감이 더 높고 기도 횟수와의 상관관계를 살펴봐도 기도를 많이 할수록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소개하며 열심히 종교를 믿으면 물질적으로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부자가 되는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필자는 김기석 교수의 주장에 대체로 공감한다. 만약 그루버 교수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인간의 지혜로는 풀 수 없는 수많은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소위 재벌들을 비롯해 아무런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이 큰부자가 된 것과 독실한 종교인이면서도 잘 살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잘 믿는 사람은 모두 부자가 돼야 하며 잘 믿으면서도 못사는 사람은 겉으로는 잘 믿으면서 내심 믿음이 없거나 뭔가 잘못 믿고 있다는 말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조천수씨의 성공스토리 같은 종류의 기사를 읽을 때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칫 조씨의 사례를 모방해 통계나 자료, 경험 등이 아닌 기도나 신의 은총만을 의지해 사업을 하거나 경제활동을 하게된다면 성공확률보다 실패확률이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특정종교를 열심히 믿고, 그래서 진정한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면 그것은 부의 획득 여부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이미 큰 축복을 받은 것이다. (2005년 11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