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독교토론방 💬 일반잡담 ()
십자가의 기하학, 뭐 이딴 게 다 있나
십자가의 기하학, 뭐 이딴 게 다 있나 [詩] 김시향
수직? 씨발, 하늘 쳐다봐라. 똑바로 서서 목뼈 부러지게 올려다본 푸른 허공. 지랄, 거기 뭐가 있나? 신? 구원? 개소리. 그냥 허공이다. 중력의 노예들이 감히 올려다보는 무능의 증거. 땅바닥에 처박힌 인간들의 비루한 희망, 뭐 그런 거지. 똑바로 서 있으려 발버둥 치는 자들의 어깨 위로, 씨발, 우주의 무관심만 쏟아질 뿐. 그게 수직이다. 존나게 외롭고 뻥 뚫린, 아무것도 없는 수직.
수평? 씨발, 눈 감고 옆으로 길게 누워봐라. 평평하게 펼쳐진 지평선. 저 너머에 뭐가 있나? 다른 세상? 유토피아? 개소리 마라. 옆으로 아무리 기어봐도 결국 똑같은 지루한 풍경의 반복. 굶주림, 욕망, 배신, 또 굶주림. 끝없이 이어지는 쳇바퀴 같은 삶의 궤적.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도망칠 곳 없는, 씨발, 무한정 확장되는 감옥. 그게 수평이다. 존나게 지겹고 지독한, 아무것도 벗어날 수 없는 수평.
그리고 씨발, 그 둘이 만나는 지점. 십자가? 개소리. 수직의 절망과 수평의 권태가 교차하는 곳. 거기서 뭐가 태어나나? 고통? 순교? 개같은 소리. 그냥 충돌이야. 의미 없는 충돌.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하고, 그저 서로의 존재를 짓밟고 서 있는 형상. 인간의 미련한 믿음이 만들어낸 가장 비루한 기하학. 존나게 아무것도 아닌데, 씨발, 존나게 특별한 척하는 그 십자가.
새겨진 피와 눈물? 다 착각이다. 그저 붉은 잉크와 투명한 액체가 번진 자국일 뿐. 지우개로 지워지지 않는다고? 당연하지. 원래 아무 의미도 없었으니까. 애초에 기록된 게 없는데 뭘 지워. 인간들이 지들 멋대로 의미를 부여하고, 그걸 가지고 울고불고 지랄하는 거지. 십자가? 그냥 나무 막대기 두 개를 대충 박아놓은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세상 모든 의미는, 씨발, 인간의 망상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젠장, 뭐 이딴 게 다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