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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별잡] 내가 없어도 회사는 돌아간다...? 직장인들 뜨끔하게 만든 〈가짜 노동〉 우린 대체 하루종일 무엇을 하는가
'가짜 노동'과 관련된 내용을 자세히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이 문제(인공지능이나 기계에 의한 인간 직업 대체)는 사실 21세기에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니라 이미 200년 된 문제입니다. 특히 역사적으로 일자리가 가장 빠른 속도로 사라졌던 시기는 20세기 초, 즉 1차 세계 대전 이후의 경제 호황기였습니다. 이때 대규모로 일자리를 빼앗아 간 기계는 바로 가전 제품이었습니다. 과거에는 하나의 가정을 운영하기 위해 10명 이상의 사람이 필요했지만, 가전 제품의 등장으로 하인, 하녀와 같은 일자리가 대규모로 사라지는 것을 사람들이 목격했습니다.
이때 버트런드 러셀과 같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체하면 미래에는 인간이 일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러셀은 그의 유명한 글인 「게으름을 위한 찬양」에서, 만약 50명이 일자리를 잃는다고 생각하기보다, 어제까지 100명의 사람이 하루 8시간씩 일했다면, 내일부터는 여전히 100명의 사람이 하루 4시간씩 일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제안했습니다. 즉,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4시간만 일하겠다는 답을 하지 못했을까요? 러셀은 그 이유가 '노예 근성', 즉 일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을 '논다'고 표현하며, 일반적으로 좋은 어감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성공한 사람들은 가장 바쁠 것이라고 예측되는 사람들입니다. 1930년대에 비하면 현재 과학 기술은 훨씬 발전하여 사실 그렇게 일을 안 해도 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몇 시간씩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그 답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가짜 노동'**이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가짜 노동이란 노동을 통해 얻어지는 물질적 가치나 결과물이 분명하지 않고, 할 때는 의미가 있어 보일지라도 막상 하지 않아도 별로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경우의 노동을 말합니다.
가짜 노동에 대한 증거는 경제학에서 여러 번 나타났는데, 대표적인 예가 파킨슨 법칙입니다. 파킨슨 법칙은 '공무원의 숫자는 늘어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1950년대 파킨슨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영국 해군의 규모와 전함의 숫자, 장교의 숫자는 줄었지만, 해군을 운영하는 부서의 인력은 네 배나 늘어났습니다. 실제 일을 하는 인력은 늘지 않았는데도, 그들을 관리하는 조직은 커진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일을 만들어서 그 시간을 채우려 한다는 것이 파킨슨의 주장이었습니다. 주어진 시간에 관계없이 일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의 사회학자들이 이 문제를 연구한 결과, 이것이 해군뿐만 아니라 공무원, 기업 등 모든 조직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사무직 근로자들을 인터뷰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하는 일이 별로 의미가 없고, 하지 않아도 회사는 굴러가는데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회사에 나와 시간만 때우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너 없어도 돌아간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사실 이는 우리가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간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출근하는 것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가짜 노동의 저자들은 우리가 4시간만 일하면 되는 사회를 이미 만들어 놓고도, 8시간을 일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 나머지 시간을 무언가로 채우고 있다고 말합니다. 모두가 바쁘다고 말하는 이유는, 자신이 바쁘지 않다고 하는 순간 자신의 일자리가 위험해지고 쓸모없어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가치 없다고 얘기하지 않으며 심지어 그렇게 믿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체 프로젝트가 굴러가는 데 정말 그런 시간들이 필요했는지 따져보면 상당 부분이 가짜 노동이라는 것을 책이 고발하고 있습니다.
가짜 노동의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 회의: 들어가서 아는 얘기만 듣고 나오거나 결정 사항이 하나도 없는 회의가 전형적인 가짜 노동에 해당합니다. 회의를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으로 보이고, 의견을 조율하는 것에 가치를 두기 때문에 끝없이 회의를 하지만, 오히려 회의 시간을 15분 이내로 줄이거나 없앴을 때 생산성이 높아지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 하나 마나 한 프로젝트: 신입사원에게 당장 줄 일이 없을 때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하나 마나 한 프로젝트를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입사원은 열심히 하지만 사실은 하나 마나 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노동이 신성하다', '사람은 일을 해야 한다', '일하지 않으려면 먹지도 말아야 한다'**는 식의 관념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이는 부분적으로 맞을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예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정문에 새겨진 **"Arbeit macht frei (노동이 너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이는 강제 노동을 시키면서도 그것을 착취나 학대가 아닌 신성한 노동이라고 명분을 붙인 것입니다. 이때 아우슈비츠의 노동자들은 글자를 만들면서 Arbeit의 'B'자를 위가 크고 밑이 작은 일반적인 형태가 아닌, 위가 작고 밑이 큰 형태로 만들어 저항의 뜻을 표현했습니다. 이는 노동의 신성함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고귀한 가치이지만, 그것이 나치에 의해서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우리는 8시간씩 노동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도록 지난 2~300년간 길들여졌을 수도 있습니다.
노동하고 일하는 것이 지위를 높여준다는 개념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원래 인류 사회 수천 년간 지위가 높은 사람의 특권은 여유가 많은 것이었고, 노동은 노예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시민 혁명 이후 노동으로 돈을 버는 자본가들이 권력을 잡으면서 바뀌었고, 그때부터 노동한다는 것, 바쁘다는 것이 그 사람의 지위를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바쁘다고 말할 때 자랑스러워합니다.
한국과 독일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책 **「피로 사회」**는 가짜 노동 논리와 연장 선상에서 보완될 수 있습니다. 「피로 사회」에서는 19세기, 20세기의 전통적인 착취 관계가 지배자와 피지배자(자본가와 노동자)가 분리되어 있는 형태였다면, 21세기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서는 착취자와 피 착취자가 같은 사람이 된다고 봅니다. 즉, 자기가 자기 자신을 착취하는 것입니다. 성과주의 사회가 되면서 성과 달성을 위해 자기가 자기 스스로를 끝까지 밀어붙이는데, 이는 전통적인 착취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하는 것이기에 착취라고 생각하지 않고, 나는 자유롭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러한 강박이 번아웃으로 이어진다고 봅니다.
따라서 가짜 노동 저자들의 결론은 매우 급진적입니다: 이제 놀아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 가운데 필요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새로운 사회 체계에 대한 상상력과 철학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기계가 만드는 부가가치를 모든 사람(예: 100명)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현재 논의되는 대안 중 하나는 기본 소득입니다. 이는 기계로 돈을 번 사람에게 세금을 매겨 그 세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자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노동 시간을 극적으로 줄이는 세상이 온다면, 지금과는 매우 다른 종류의 권력 관계와 경제 관계가 새롭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짜 노동에 대한 논의는 특정 분야나 직종의 사람들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으며, 우리가 하는 일 가운데, 우리 주위에도 그런 가짜 노동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함께 깊이 생각해보고 고민해보자는 차원에서 하는 이야기임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