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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게 하는 교회오빠
저랑 죽이 잘 맞는 교회오빠가 있어요.
둘다 거의 외국에서 자라서 한국 사람들이랑 어울리고는 싶지만 완전히 섞이지는 못하는.. 그래서 한국교회에 나가도 왠지 모를 겉도는 느낌을 받다가 둘이 교회의 청년회에서 만나면서 서로 친해졌어요. 한번 말 하기 시작하면 그냥 편하게 몇시간 대화 할 수 있는..그런 편한 "친구" 사이에요.
사실 우리 같은 인공위성들은 잘 맘을 못 붙여요. 외국 생활 해도 한 곳에서 쭉~~ 산게 아니라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만남과 이별을 자주 접하다보니 인간사에 좀 시큰둥한것도 있거든요. 그래서 처음 서로 만났었을때 정말 신기했어요... 아... 나같이 똑같은 사람도 있구나... 오빠도 저 처음 봤을때 그랬대요. 이 세상에서 여기도 저기도 끼지 못한다고 슬퍼할 필요 없구나, 외롭지 않구나, 그랬대요.
뭐.. 지금 생각해보니 반 진심 반 작업멘트 같지만서도..ㅋㅋ
암튼 서론이 길어졌네요.
이제부턴~ 음슴체로 전환~
1. 난 현재 사는 이 나라에 온지 얼마 안 됐고 오빠는 여기서 산지 꽤 돼서 내가 여기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줌. 오빠의 20년지기 절친들을 소개해 해주고 심지어 부부동반/커플동반 모임에까지 나를 데리고 나감. 오빠한테 계속 받기만 해서 미안할 즈음에 오빠가 컴터 프로그래밍 과외 해 줄 수 있겠냐고 요청함. 난 잘됐다 싶어 무료로 과외해주기 시작함(사실 과외 끝나고 오빠가 저녁 사줘서 무료가 아니었음;; 실상 과외를 빙자한 데이트였음 )
중요한건 스킨쉽은 일절 없었음. 매일 연락했음. 일주일에 평균 5일 봄. 표면상으로는 좋은 교회오빠동생으로 지냈음. 그렇게 한달이 지났음.
2. 같이 교회 다니는 언니가 어느날 나한테 전화해서 오빠랑 지난 한달 동안 3번 잤다고 폭탄 선언함. 사귀는 사이는 아니고 이제부턴 오빠가 그만 만나자고 언니한테 말해서 속상해서 나한테 털어 놓는거라도 말함. 오빠와 언니 사이의 비밀이니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함. 그리고 교회에서 오빠가 딴년이랑 놀아나면 못 참을 것 같다고 했음.. 왠지 나를 겨냥해서 경고하는 말 같아서
식겁했음. 거기다 대고 언니 나는 오빠랑 데이트하고 다녔어요...라고 말할 수 없었음. 난 멘붕 상태였음.
3. 이틀동안 멍청하게 언니의 말을 들어 주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언니한테 못을 박았음. 앞으로 나한테 오빠와 언니 둘 사이의 비밀 얘기 하지 말아달라. 오빠가 나 많이 도와주는데 그렇게 뒤에서 둘이서 오빠 비밀 얘기 속닥거리면 내 마음이 불편하다. 언니가 알았다고 불편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함. 그 뒤로 일절 나한테 오빠와 언니 사이의 얘기를 안함.
4.어차피 오빠와 나 사이에 스킨쉽은 없었고, 차라리 이런 남자 이성으로서는 일찍 솎아내서 좋으니 충격 받을건 없다고 판단 내림. 이틀동안 오빠 앞에서 모른척 하다가 어느날 오빠가 날 오빠부모님 집에 데려 가서 저녁을 먹임 (안 갈려고 했는데 상황상 불가항력이었음). 오빠의 어머니가 날 오빠의 여친인듯 말씀하셔서 이건 아니다 싶어 나중에 오빠가 나를 차로 집에 데려다 줄때 오빠한테 내가 언니한테 들은 얘기 다 털어 놓으면서 못을 박음: 오빠는 어엿한 성인이니 누구랑 자든 그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만 어쨌든
같은 교회 공동체에서 썸싱이 일어난 만큼 오빠와 나사이를 더 분명하게 했으면 한다. 날 이렇게 부모님 집에 데려가거나 저녁에 오빠네 집에 가서 과외하는것등 남녀가 사귀지 않으면 하지 않는것들은 조심했으면 한다, 등등 못을 밖았음.
그랬더니 오빠가 열이 받아 장장 3시간을 드라이브 하면서 폭풍대화를 하기 시작함. 오빠 왈, 이제 더이상 그 언니랑 사귀는 사이도 자는 사이도 아니다, 끝났다, 사실 걔가 날 육체적으로 꼬셨다, 내가 순간적으로 유혹 앞에 나약해진건 인정한다, 나와 걔는 너무 달라서 사귈 수가 없다 등등으로 변명하기 시작함.
내가 기가차서 오빠한테 말했음. 오빠 우리 어차피 사귀는사이도 아닌데 오빠가 나한테 변명을 왜함? 오빠는 떳떳한 솔로니 자고 싶은 여자, 만나고 싶은 여자 다 만나도 꿀릴거 없음. 난 단지 오빠와 나 사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특히 그 언니한테) 사귀는 사이인 마냥 오해 받아서 상황이 지저분 해지는게 싫다고 말함. 이때 난 이 오빠한테 느끼는 감정이 뭐든 간에 다 더럽고 싫어서 모든걸 다 싹 다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차갑게 말했음.
그랬더니 오빠가 뭐라고 한지 암? 오빠가 여우한테 (그 언니) 홀렸다고.. 여우한테 홀려서 다 망쳤다고...
참 나 기가 차서. 손뼉은 한손으로 치나???
사실상 오빠가 언니 먹고 버린거 아님??? 먹고 버리고 와서 같은 교회 청년회에 있는 나한테 작업 거는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지 않음???
5. 그 뒤로 난 오빠를 철저히 과외나 성당일 아니면 안보려고 함. 사실 오빠가 친구로서 많이 그리웠음. 가끔 오빠가 언니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상상도 함.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편해지면서 다시 내 취직을 목표로 사람들을 소개 시켜 주는 자리에 나를 다시 데리고 나가기 시작함. 나도 공식적인 자리니깐 거절할 이유가 없었음. 암. 나도 약았음. 근데 오빠한테 여자도 소개 시켜주는 등 오빠한테 우리 친구사이라는거 매번 말이나 행동으로 꾸준히 표현했음.
그런데 어느날 섬에 놀러가자고 오빠가 나한테 함. 내가 친구들이랑 다같이 가면 재밌겠다 하니깐 오빠가 친구들을 부르겠다고 함. 근데 친구들이 당일날 안 나타남. 결국엔 하루종일 섬에서 둘이 자전거 데이트함 ㅠㅠ
이런 비슷한 일들이 많아지기 시작함. 심지어
오빠외삼촌 집에도 반강제로 데려갔음 (수법이 아주 빼도 박도 못하게 교묘함. 잔머리는 타고 났음 ㅠㅜ) 한번은 오빠 친구들 소개 시켜주는 자리에 나갔는데 알고보니 두달 뒤 결혼할 커플이었음. 그래서 오빠랑 두달뒤에 그 커플 결혼식에 가기로 얼떨결에 약속했음. 나 바보 같음 ㅜㅜ
6. 이런 상태가 석달째 이어지고 있음. 내가 오빠한테 우리 사이 오해 하시지 않게 친구 사이라는거 오빠부모님께 정확히 알리라고 해서 그런지 오뻐부모님께서는 나한테 별말 없었지만 어느날 오빠어머니가 우리엄마한테 교회에서 빙빙둘러 대면서 말했다고 함: 우리 아들이 집에만 오면 따님 얘기를 하네요. 나이가 차서 결혼해야하는데..
이 얘기를 듣고 우리아빠가 나보고 오해 받기 싫으면 태도 분명히 하라고 함. 아빠 말이 맞음 ㅜㅜ 이젠 내탓도 반 있음 ㅠㅜ
님들.. 전 어찌해야 좋을까요?
이렇게 넉달째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사실 오빠가 저한테 직접적으로 사귀자고 하거나 스킨쉽을 하거나 하지 않았어요.
그래요, 저도 오빠한테 분명히 마음이 있어요. 있으니깐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판에 글을 적고 있겠지요. 근데 자꾸 언니랑 오빠랑 그런 일들이 생각나서 오빠를 자꾸 밀어내니깐 이젠 오빠도 지치는 것 같아요. 이젠 정말 결정할 때가 온 듯 싶네요. 교회, 골프, 컴퓨터 과외, 친구들... 심지어 집도 가까워요. 생활이 겹치다 보니 안 볼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여자분들은 저라면 어떻게 하실 것 같아요?
그리고 남자분들...혹시나 해서...
이 남자 저 그냥 어장관리하는건요 아님 정말 진지하게 관심이 있는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