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이던 교회가 어쩌다 이렇게나 보수화됐을까
삼프로TV의 "더 릴리전" 특별 기획에서 목회데이터연구소 지용근 대표님과 나눈 대화는 한국 개신교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는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이 대화는 막연히 느끼던 교회의 변화를 데이터와 통계로 명확히 보여주며, 한국 교회가 직면한 도전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각도로 조명했습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역할과 비전
지용근 대표님은 본인이 목회자가 아닌 교회의 집사이며,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에서 오래 근무한 조사 전문가라고 소개했습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2019년에 "더 좋은 정보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모토로 시작되었는데, 특히 한국 사회 오피니언 리더층인 목회자들에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교인들의 생각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목회자들이 현실 판단을 정확히 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연구소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교회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확실성이 커지자, 데이터에 대한 목회자들의 수요가 급증하여 연구소의 구독자 수가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한국 개신교의 현재 트렌드와 당면 과제
현재 한국 개신교는 여러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 급격한 고령화와 젊은 층의 이탈:
- 교회 리더십의 대부분은 60대 이상으로, 이들이 교회 리더십의 70% 정도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 현재 한국 교회는 70세 이상 교인의 비율이 국민 전체의 두 배인 28%에 달하며, 60대 이상이 전체 교인의 절반 정도를 차지합니다.
- 지난 10년간 20대 청년 교인 비율이 19%에서 9%로, 30대는 21%에서 11%로, 40대도 26%에서 14%로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 이러한 고령화 지수는 한국 사회 전체의 2050년 고령화 지수와 유사하여, 교회가 25년을 앞당겨 초고령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교회는 점차 젊은 층이 유입되지 못하는 역피라미드 구조가 되고 있습니다.
- 보수화 경향:
- 과거 진보적이었던 한국 기독교가 지금은 보수화되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 교회의 고령화와 리더십의 특징이 보수화의 주된 요인으로 꼽힙니다. 특히 교회 내 극우 성향의 비율은 14% 정도인데, 이들 중 60대 이상이 70%를 차지하며, 이들이 교회 리더십을 구성하고 있어 목소리가 큰 편입니다.
- 목회자의 정치적 발언 허용 인식: 일반 기독교인의 60%, 목회자의 39%가 기독교인의 정치적 발언이나 집회 참석에 동의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설교나 광고를 통해 교인들에게 영향을 미쳐 교회의 보수화를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 젊은 세대의 이탈 가속화: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교회가 이념적으로 보수화되어 이념적인 발언을 하는 것이 순위권에 올랐습니다.
- 교회 신뢰도의 하락:
- 최근 정치적 사건 이후 기독교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도가 더욱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44%가 신뢰하지 않게 됨)가 나왔습니다.
- 교회 의존도 하락과 미디어의 영향:
- 지난 10년간 교인들의 교회 예배나 목사님 설교에 대한 의존도와 만족도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 대신 가족을 통한 신앙적 영향(모태 신앙)과 유튜브 등 미디어를 통한 영향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지난 10년간 미디어의 신앙 성장 도움 비율이 1%에서 19%로 급증했습니다.
- "가나안 성도"의 증가:
- "가나안 성도"는 예수를 믿지만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기독교인을 일컫는 말로 ("안나가"를 거꾸로), 10년 전 10%였던 비율이 현재 27%까지 늘었습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10년 후에는 40%를 넘어설 수도 있어 목회자들의 위기감이 큽니다.
- 교회 양극화 심화:
- 대형 교회는 성장하고 작은 교회는 쇠퇴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합니다.
- 전체 교회 중 50명 이하 교회가 55%를 차지하며 (10년 전 38%), 30명 이하의 초소형 교회는 지난 10년간 88% 증가했습니다.
- 소형 교회 목회자들은 운영 어려움으로 인해 이중직을 갖거나, 친인척이나 노회, 대형 교회 등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 소형 교회 교인들은 전도와 교회 성장에 대한 결핍, 그리고 자녀들의 신앙 교육 문제(교회 학교가 있는 50명 이하 교회는 20%에 불과) 때문에 힘들어하며, 결국 큰 교회로 수평 이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목회자들의 고민:
- 목회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다음 세대(교회학교 학생들)의 부재이며, 이는 부모 세대의 교회 이탈로까지 이어집니다.
- 코로나19 이후 전도를 포함한 교회 사역(헌금, 소그룹, 성경공부 등)의 활성도가 80% 밑으로 떨어졌고, 특히 새 신자 유입이 코로나 이전의 절반 수준(100명 -> 57명)으로 감소했습니다.
- 교회를 떠나는 청년들은 개인적인 이유(힘들어서, 게을러서)가 많지만, 교회를 떠날 의향이 있는 청년들은 부모 때문에 못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한국 교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제안
지용근 대표님은 한국 교회가 다시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한 두 가지 핵심적인 요소를 제시했습니다.
- 소그룹 활성화:
- 코로나 이후 성장하는 교회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소그룹(구역 모임, 셀 모임, 순 모임, 가정 교회 등)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 소그룹은 외로움 지수가 높은 한국 사회에서 깊이 있는 교제, 위로, 격려, 도전을 제공하며 삶의 만족도를 높입니다.
- 목사님들이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꼽는 유형의 교회 또한 소그룹이 활성화된 교회이며, 이는 단순히 프로그램이 아닌 목회 철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됩니다.
- 특히 초기 교회의 원형처럼 집에서 모이는 소그룹이 이상적이나, 현대 사회에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 평신도 사역 활성화:
- 교인들이 다양한 사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봉사하는 평신도 사역이 활발한 교회들이 잘 성장합니다.
- 3040 세대 영입:
- 교회의 허리 세대인 30대, 40대를 영입하고 사역을 활성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세대가 많으면 그들의 자녀 세대인 교회학교 학생들도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 현재 교회 리더십(50대, 60대)에 중위 연령(46세)이 없는 상황에서, 40대라도 리더십에 들어가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 젊은 목회자와 작은 교회의 혁신:
- 40대, 50대 젊은 목회자가 있는 교회들이 잘 성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작은 교회들 간의 M&A(통합)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교회가 규모를 유지하고 새로운 동력을 얻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 강성 목소리를 내어 사람들을 끌어모으려는 경향도 있으나, 대부분의 목회자는 비정치적 중립을 지키려 노력하며, 교회 내 극우 성향의 교인들도 교회 안에서는 신앙생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되었습니다.
지용근 대표님과의 대화는 한국 교회가 단순히 신도 수의 감소를 넘어, 세대 간의 단절, 고령화, 신뢰도 하락 등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소그룹 활성화와 평신도 사역, 그리고 다음 세대 육성이라는 구체적인 대안을 통해 건강한 교회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전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