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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부 리더의 이중생활 – 영적 카리스마 뒤에 숨긴 사기
청년부 시절,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사람은 '믿음 좋은 오빠'이자 '영적 리더'였던 강민수 형제였다. 형제는 청년부 회장이었고, 우리 셀의 리더이기도 했다. 늘 성경 말씀을 가까이하고, 뜨겁게 기도하며,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진심으로 대했다. 그의 간증은 많은 청년에게 귀감이 되었고, 그의 인도로 삶을 바꾸고 신앙을 깊게 한 청년들이 많았다. '아멘!' 소리가 절로 나오는 영적 카리스마가 있었다.
형제는 특히 재정적인 간증을 많이 했다. "하나님께서는 믿음으로 심는 자에게 차고 넘치도록 채워주신다", "세상 방법이 아닌 하나님 방법으로 사업해야 형통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자신 역시 사업을 하면서 수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오직 믿음으로 기도하고 정직하게 경영했더니 하나님께서 놀라운 축복을 주셨다고 간증했다. 그의 간증은 현실에 지친 많은 청년들에게 큰 도전을 주었고, 다들 형제처럼 '믿음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만들었다.
'믿음의 동역'으로 포장된 투자 유치
어느 날부터 형제는 친한 청년들에게 개인적인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사업 아이템이 있는데, 소액이라도 '믿음으로 함께 동역'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건 세상적인 투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하는 영적 사업입니다", "우리가 함께 믿음으로 씨앗을 심으면, 하나님께서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하실 겁니다"라며 성경 구절까지 인용했다.
워낙 신뢰가 두터웠던 리더였기에, 많은 청년들이 망설이지 않고 돈을 맡겼다.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 학자금 대출 일부, 부모님께 받은 용돈까지. 나 역시 형제의 진심과 믿음을 믿었기에, 쌈짓돈 전부를 형제에게 건넸다. '이 돈이 하나님 사업에 쓰여지고, 나에게도 복이 되리라' 순진하게 믿었다.
처음 몇 달은 약속된 수익금이 꼬박꼬박 들어왔다. 형제는 "보세요! 하나님께서 역사하시지 않습니까!"라며 더 큰 믿음을 요구했고, 일부 청년들은 추가 투자를 하거나 다른 친구들에게도 형제의 사업을 소개했다. 교회 안에는 '강민수 형제 사업에 투자해서 돈 벌었다'는 소문이 퍼지며, 형제는 더욱더 '믿음의 성공자'처럼 추앙받았다.
신뢰 뒤에 숨겨진 진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수익금 지급이 늦어지기 시작했다. 형제는 '잠시 어려움이 있지만, 곧 하나님께서 해결해주실 것'이라며 기도를 요청했다. 청년들은 다시 '믿음으로'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림은 끝이 없었다. 불안해진 청년들이 돈을 돌려달라고 요청하자, 형제는 차일피일 미루거나 연락을 피했다.
결국,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났다. 형제의 사업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청년들에게 투자받은 돈으로 돌려막기를 하는 사기였던 것이다.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하는 영적 사업'은 파리만 날리는 유령 회사였고, 초반에 지급된 수익금은 다른 청년들에게 받은 돈이었다. 소위 '돌려막기' 방식의 전형적인 사기였다.
형제에게 돈을 맡긴 청년들은 망연자실했다. 적게는 몇십만 원부터 많게는 천만 원 이상까지, 어렵게 모은 돈을 모두 날린 것이다. 더 큰 상처는 돈보다 '배신감'이었다. 자신들이 그렇게 믿고 따랐던 '영적 리더'가 하나님의 이름으로, 믿음의 동역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을 속였다는 사실에 신앙 자체가 흔들렸다.
교회의 침묵과 상처 입은 청년들
문제가 터지고 교회가 발칵 뒤집혔지만, 교회의 대처는 미흡했다. 담임목사님과 리더십은 '청년 개인 간의 문제'라며 거리를 두려 했다. "교회가 나설 문제는 아니다", "사법적으로 해결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형제는 청년부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교회는 형제를 출교시키거나 강력한 징계를 내리는 데 주저했다. 어쩌면 교회의 이미지 실추를 걱정했는지도 모른다.
피해를 본 청년들은 교회 안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어떤 청년은 사기당한 사실을 알리지 말라며 쉬쉬하라고 종용받기도 했다. '교회 망신시키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결국 상당수의 청년들이 상처를 안고 교회를 떠났다. '믿음으로 성공한다'는 간증에 속아 돈을 잃고, 교회의 무책임한 대처에 상처받은 그들은 더 이상 교회를 신뢰할 수 없었다.
강민수 형제는 어떻게 되었을까? 소송까지 간 청년들도 있었지만, 돈을 돌려받기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뒤 들려온 소문에는, 형제가 다른 지역의 다른 교회로 옮겨가 거기서 또 다른 활동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믿음 좋은 청년 리더'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사기꾼의 얼굴을 떠올리면, 지금도 소름이 돋는다. 교회의 이름으로, 신앙의 언어로 사람들의 순진함을 이용해 자신의 배를 채우려 했던 그의 모습과, 그런 그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상처 입은 양떼를 외면했던 교회의 모습은, 나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