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유게시판 ✝️ 교회썰폭로 ()
단톡방 뒤에선 마녀사냥 – 셀 그룹, 소문의 늪
강단에서는 여전히 '사랑', '용서', '하나 됨'을 외쳤지만, 성도들 사이에서는 이미 파벌이 나뉘고 서로를 향한 의심과 불신이 팽배해 있었다. 특히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교회 내 소그룹 단톡방에서는 그 민낯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나는 청년부 셀(소그룹) 리더인 순장이었다. 우리 셀은 겉으로는 '사랑 넘치는 공동체'를 지향했다. 매주 모여 찬양하고 성경 공부하고 서로의 삶을 나누며 '기도제목'을 공유했다. 단톡방도 활발했다. 아침마다 '좋은 글'이나 큐티 나눔 올리고, 누가 아프다고 하면 '빠른 쾌유를 위해 기도합니다🙏' 이모티콘이 줄줄이 달렸다.
그런데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뀌기 시작한 건, 몇몇 셀원들의 '기도제목'이 특정 개인에 대한 가십으로 흘러가면서부터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OO 자매님, 요즘 힘들어 보이시는데... 혹시 남자 문제 때문에 그런 건 아닌지 기도가 필요해요. 영적으로 흔들리지 않도록..." (실제 OO 자매는 그냥 회사 때문에 힘든 거였다)
"△△ 형제님, 사업이 어렵다고 들었어요. 혹시 예전에 잘못한 일(뒷돈 같은) 때문에 하나님께서 채찍질하시는 건 아닌지, 회개를 위한 중보가 필요합니다." (△△ 형제님은 그냥 거래처 문제로 힘든 거였다)
처음에는 '사랑하는 마음에 걱정돼서 그러겠지' 싶었다. 하지만 곧 이건 걱정이 아니라 명백한 '뒷담화'이자 '신상 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기도제목'이라는 신성한 이름 아래, 개인의 약점이나 추측성 루머를 거리낌 없이 공유하고 확산시켰다. 단톡방에서는 온갖 이모티콘과 '아멘!'이 난무했지만, 그 뒤에 숨겨진 칼날은 날카로웠다.
사생활 폭로
진짜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특정 셀원에 대한 집단 따돌림이나 '마녀사냥'으로 번졌다. 한 자매(편의상 C 자매라고 하자)가 있었다. 좀 자유분방한 스타일이었는데, 셀 단톡방에 올린 사적인 사진(친구들과 술 마시는 사진 같은)이나 짧은 글 하나가 문제가 되었다.
몇몇 보수적인 셀원들이 즉각 반응했다.
"C 자매님, 크리스천으로서 덕스럽지 못한 모습이네요..."
"믿지 않는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시험에 들 수 있습니다. 기도가 필요해요."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C 자매가 단톡방에 올린 글이나 사진이 사적인 대화방으로 공유되었고, 순식간에 교회 전체로 퍼져나갔다. 'C 자매, 알고 보니 술고래에 문란하다더라', '영적으로 문제 심각하다'는 헛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심지어 C 자매의 과거 연애사나 가정사까지 들춰내며 '원래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비난이 쏟아졌다.
단톡방에서는 계속 'C 자매님을 위해 기도하자'는 메시지가 올라왔지만, 그건 위선이었다. 이미 그들 사이에서는 C 자매는 '문제 있는 사람', '믿음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있었다. 내가 나서서 "기도는 조용히 개인적으로 하고, 이런 이야기는 조심하자. 이건 가십이고 마녀사냥이다"라고 말렸다. 돌아온 건 싸늘한 반응이었다. "순장님은 영적인 분별력이 부족하신 것 같네요", "성도님을 위해 기도하는 게 잘못됐나요?" 오히려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마을장님(셀 위 단계 리더)께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실망스러웠다. "아이고, 젊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순장님이 잘 타이르고 마무리해 봐." 아니면 "그 자매(C 자매)가 좀 경솔했구만. 본인이 처신을 잘해야지." 결국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대수롭지 않다'며 문제를 축소하려 했다.
결국 C 자매는 엄청난 상처를 받고 셀을 떠났고, 결국 교회를 나오지 않게 되었다. 한 영혼이 그렇게 떠나가는 걸 지켜보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마녀사냥을 주도했던 셀원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계속 단톡방에서 '사랑과 기도'를 논했다.
단톡방에 울리는 알림음이 소음처럼 들렸다. '기도합니다'라는 그 위선적인 문구가 구역질 나게 느껴졌다. 겉으로 '사랑하는 공동체'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타인의 아픔을 가십거리로 삼고, 온라인이라는 익명성 뒤에 숨어 마녀사냥을 일삼는 곳. 내가 이끌던 셀이, 교회의 작은 축소판이 결국 소문의 늪으로 변해버렸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셀 그룹, 그 안전하고 사랑 넘치는 공간'이라는 환상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