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 '극우화' 현상, 그 뿌리는? 배덕만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교수 [더 릴리전]
최근 거리에서 보이는 일부 개신교인들의 극단적인 모습, 다들 걱정 많으시죠? 왜 이렇게까지 변하게 된 걸까요? 배덕만 교수님(기독연구원 느헤미야)과의 대화를 통해 그 원인과 배경을 꼼꼼하게 짚어봤습니다. 🤔
📌 한국 개신교 '극우화' 현상, 그 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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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의 깊은 인연과 특혜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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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개신교는 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부터 정부와 관계가 매우 깊었습니다.
- 이승만은 기독교인들을 정치적 후원자로 삼았고, 전체 인구의 5%도 안 되던 개신교인들이 국장급 이상 고위 간직의 4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 크리스마스를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엄청난 특혜를 누렸고, 박정희, 전두환 정권까지 이러한 '친정부' 관계는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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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정권 등장과 기득권 위협:
-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이 정권들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개신교에 주어졌던 사학법 개정, 목회자 세금 부과 등 특혜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 이에 일부 목회자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이 위협받는다고 느끼면서 '좌파 정권'에 대한 불안, 공포, 분노가 증폭되었고, 이것이 극우 세력으로 등장하는 계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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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훈 목사와 '태극기 부대'의 부상:
- 이러한 한국 개신교의 극우 현상이 가장 도드라지게 드러난 것이 바로 **정광훈 목사를 중심으로 한 광화문의 '태극기 부대'**입니다.
- 박근혜 탄핵 이후 문재인 정권 시기에 본격적으로 시선을 끌었으며,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 이들은 대통령 비상계엄 옹호, 탄핵 반대, 심지어 서부지검 폭력 점거 선동 등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폭력적 행동까지 보이며 사회적 공포를 일으켰습니다.
📌 왜 '극단'으로 치닫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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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시대의 이념적 편향:
- 해방 이후 미국 선교사들의 영향과 북한에서 내려온 기독교인들의 반공주의 성향이 맞물려, 한국 개신교는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우파' 진영과 자연스럽게 결을 같이했습니다. 공산주의는 기독교의 '무신론'적 전제와 충돌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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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목소리의 약화와 보수화:
- 1988년 민주화 이후, 유신 체제에서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진보적 교회들의 동력이 약해졌습니다.
- 독일 WCC 등으로부터 받던 재정 지원이 끊기고, 여의도 순복음교회 같은 대형 보수 교회가 진보 연합 단체(NCCK)에 가입하면서 이 단체의 비판적 목소리가 약화되고 교계 전체가 보수화되었습니다. 진보적 성향의 목사님들은 양적 팽창에 관심이 적어 대형 교회를 운영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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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세 감소와 내부 모순:
- 1990년대 중반 이후 교세 성장이 멈추고 21세기 들어 빠른 속도로 교세가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위기감이 커졌습니다.
- 동시에 교회 세습, 목회자의 배임 횡령, 성추행 등 교회 내부의 수많은 모순들이 터져 나오며 사회적 비난이 거세졌습니다.
- 이러한 교세 감소와 사회적 비난이 정부와의 유착 관계 단절 시기와 교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일부 목회자와 신자들은 더욱 강한 공포감과 두려움을 느끼고 극우적 형태로 폭발하게 된 것입니다.
📌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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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트럼프주의:
- 미국에서도 트럼프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보수 기독교인들이 있습니다.
- 이들은 트럼프의 비리나 실책을 눈감아주며, 그를 통해 기독교적 가치(동성애 반대 등)가 옹호되고 자신들의 실업 문제 등이 해결될 것이라 믿습니다.
- 이들은 **이민자, 라틴계 사람들을 '악마화'**하며 지지층을 결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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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극우화:
- 독일, 스칸디나비아 반도 등 유럽에서도 극단적인 기독교인들이 사회 문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 이들은 주로 **난민이나 이슬람 이민자들을 '악마화'**하며 자신들의 어려움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인종주의(레이시즘), 외국인 혐오(제노포비아), 이슬람 혐오(이슬람포비아)를 부추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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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불안과 공포'의 발현:
- 극우 세력은 자신들이 궁지에 몰렸을 때, 그 원인을 특정 집단(종북 좌파, 동성애자, 이민자 등)으로 지목하고 악마화하며 폭력적 행동으로 표출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 가장 큰 문제: '침묵'과 '결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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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훈 같은 이단"의 대표성 장악:
- 원래 '광장에서 이상한 소리 하는 사람' 정도로 치부되던 극우주의자들이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정치권과 손을 잡고 과도하게 광장의 목소리를 대표하기 시작했습니다.
-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정광훈에게 머리를 숙이는 등, 그가 보수 정치의 '교황'처럼 보이면서 한국 교회의 대부분이 이를 방관하거나 지지하는 것처럼 비치게 된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 정광훈은 과거 한국 개신교 주류가 이단으로 여겼던 단체들을 **돈을 받고 '이단 해제'**시켜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회원으로 받아들이며, 한국 교회의 정체성을 흐리기도 했습니다. (참고: 한기총은 현재 거의 몰락했으며, 주류 교단들은 한교총으로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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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교회의 '침묵':
- 한국 교회의 상당수 목사님들이 극우적 행동에 대해 침묵하거나 암묵적으로 지원하는 것처럼 보여지면서, '한국 개신교는 다 저런가 보다'라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이는 교인들의 이탈과 사회적 비판 강화로 이어졌습니다.
📌 한국 교회의 미래, 희망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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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필요성:
- 교회의 역사를 보면 권력과 재산에 젖어 타락했던 시기에도, 스스로를 부인하고 '예수의 정신'을 실천하려 했던 성직자들과 교인들이 있었기에 2천 년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 많은 성직자와 교인들이 현재 한국 교회의 상황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있으며, 이들의 노력이 한국 교회를 본래 자리로 되돌리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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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본질적 역할:
- 과학과 경제 발전이 질병, 가난, 전쟁 등 인간의 '표층적' 필요를 해결하면서 종교의 역할이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 하지만 종교는 **'인간이 왜 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와 같은 가장 궁극적인 질문을 다루며, 이는 과학이나 철학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영역입니다.
- 형식적인 종교인의 수는 줄어들지라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영적인' 탐구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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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신교의 숙제:
- 현재 한국 개신교는 현대 사회의 발전과 깊어진 질문에 대해 중세적/근대 초기의 답을 강요하며, 오히려 사람들을 떠나게 만들고 있습니다.
- 다원주의 사회와 급변하는 문명 속에서, 기독교가 얼마나 시대의 문제와 사람들의 궁극적 고민을 탁월하게 만족시키고 보편적 설득력을 얻어낼 것인가가 한국 교회의 가장 큰 숙제입니다.
- 이대로 가면 한국 개신교는 30년 안에 '멸종'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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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요소: 사이비 종교의 발호:
- 기성 교회가 쇠퇴하는 과정에서, 실망한 교인들을 노린 사이비 기독교들이 발호하여 대중성을 얻고 정치와 결탁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한국 사회 전체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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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단초:
- 최근 언론들이 정광훈 목사 사태 등 한국 교회의 문제를 "종교가 길을 잃었다"고 비판하며 실체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이러한 공론의 장이 교회의 자정 노력을 촉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대화는 한국 교회가 당면한 복잡한 문제들을 깊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과연 한국 개신교는 이 위기를 극복하고 본래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