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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영의 최강시사] 사이비 종교, 왜 빠져들까 - 김경일 교수 (아주대 심리학과)|KBS 230310 방송
먼저 '사이비 종교'와 '이단'은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단은 기존 교단이나 교리에서 벗어나 논쟁 중인 상태로, 과거에는 이단이었던 종교가 보편성을 획득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사이비는 교주와 소수의 사람들이 사적 이익을 위해 종교를 가장하여 구성원들을 착취하는 사기 단체입니다. 사이비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특정 개인(교주)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을 강요하며 구성원들의 고혈을 빨아먹는다는 것입니다. 교주는 아버지, 메시아, 심지어 창조주와 같이 절대 권력을 의미하는 호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이 사이비에 빠지는 근본적인 이유로 **'외로움'**이 꼽힙니다. 이는 개인의 외로움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외로움, 집단의 외로움도 포함됩니다. 사회 전체가 외로움을 많이 만들어낼수록, 그리고 구성원 중 외로움을 강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사이비 종교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갑니다. 심리학에서는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나쁜 관계로 도피하는 현상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외로운 사람이나 집단은 강한 구속력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심지어 자신의 자유를 빼앗는 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처럼, 사람은 고통스러운 외로움 속에서 자유를 헌납하고 얻을 수 있는 것을 찾기도 합니다. 이는 사회의 불균형이 외로움을 만들어내고, 그 외로움이 증가하는 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사이비에 빠지는 것이 반드시 지식이나 학력 부족 때문은 아닙니다. 오히려 공부를 많이 했거나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빠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교육 수준과 상관없이 **'이상향에 대한 강렬한 동경'**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집단에 빠지기 쉽다고 말합니다. 현실 세계에서 아무리 잘 살더라도 이상향에 대한 동경을 강하게 키우거나 너무 강조하는 개인은 교육 수준이 높아도 사이비에 빠지기 쉽다는 것입니다.
교주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면, 이들은 오히려 자신의 본능에 굉장히 진실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평상시 자기를 억압하고 체면, 가족 책임 등을 따지는데, 이런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향은 때때로 '내 본능이 정당화되는 곳'일 수 있습니다. 교주들이 보여주는 모습(예: 본능대로 행동하는 모습)은 현실 세계에 있는 이상향처럼 느껴져 추종자들이 빠져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사이비 종교가 번성하기 쉬운 사회적 환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성공이나 성취와 같은 한 가지 잣대로만 평가하는 사회.
- 이분법적 사회 (선과 악만 존재하고 균형이 불가능한 사회).
- 본능에 대한 표출이 정상적이지 못하고 억압적인 사회.
사이비 가해자들, 특히 교주는 초창기에는 자신의 행동을 인지하고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가 말하는 것을 스스로 믿게 되어 결국 자신을 우상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사이비 종교뿐 아니라 작은 집단에서도 특정인을 우상화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이비 종교를 비난하는 것만큼이나, 우리 사회 스스로가 사이비 종교를 통해 배워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 사회가 사이비 종교보다 더 똑똑해져야 하며, 그들을 비난하는 데 그치면 또 다른 사이비 종교를 만들어낼 위험이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다양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속에 숨어 있는 폭력적이거나 착취적인 사람들을 잘 걸러낼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종교의 순기능은 마음의 평정을 찾는 데 있지만, 이것이 지나쳐 균형을 잃으면 힘들어지는 것입니다.